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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강남지역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0.89% 상승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전달(0.79%)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전달(0.80%) 보다 1.17% 올라 2008년 6월(1.80%) 이후 12년 8개월 만에 월간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12일부터 2월 15일까지의 변동률을 조사한 것으로, 전국 83만가구 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정부의 2·4대책의 효과가 반영됐다.
서울 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지난해 10월 0.16%에서 11월 0.17%로 상승 전환한 뒤 12월 0.26%, 올해 1월 0.40%에 이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0.40%에서 0.67%로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지난해 7월(1.12%) 이후 최고치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에 서울 평균 집값은 처음으로 8억원을 넘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이날 발표한 2월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8억975만원으로, 전월(7억9741만원)보다 1234만원 올랐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서울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노원구(0.86%)와 서초구(0.60%), GTX-C 개발호재가 있는 도봉구(0.81%) 창동역 역세권 인근의 상승률이 컸다.
서울 집값은 치솟고 있으나 거래량은 감소 중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463건으로 집계됐다. 전월(5689건) 대비 74% 이상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8301건)에 비해서는 82% 이상 줄었다. 단독·다가구(260건)나 다세대·연립(2236건)의 거래량 역시 지난 1월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를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4 대책에 이어 신규 택지 발표 등 정부의 지속적인 주택공급 시그널이 나오면서 시장은 눈치보기에 들어간 분위기이다"며 "현재 거래량 감소는 대출규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봄 이사철 시기 때 전세시장 움직임에 따라 집값 향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주택 거래량이 크게 늘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의 경우 가격이 조정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봄 이사철에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경우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끼쳐 매매 가격 상승폭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열린 2차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2·4 공급대책의 후속조치가 구체화되면 매수심리 진정과 함께 가격안정 효과가 더욱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고 있는 공급 시그널이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현재 집값 조정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예고한 주택 공급이 실제 사전청약이나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공급 시그널은 단기적인 시장 안정효과로 봤을 때는 미미할 것이다"이라며 "특히 서울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권 단지들이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내는 것도 집값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on9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