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4일(수)

文 정부 탈원전 '용두사미'…임기 말 코너 몰려 빈손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01 13:14   수정 2021.03.01 15:03:12

-임기 4년차 탈원전 3대 과제 추진 뚜렷한 성과 찾기 힘들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차기 정부서 결정 가닥

-1호기 조기폐쇄 검찰 수사,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일본·중국 등 원전 확대 "탄소중립 위해 원자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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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식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핵심으로 그간 요란했던 탈(脫)원전이 뚜렷한 성과 없이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원전 폐쇄 또는 건설 백지화 등 탈원전 3대 핵심사업이 정부의 무리수로 줄줄이 좌초 위기에 있다. 여론에 밀리거나 법적 책임론 시비 또는 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정부의 탈원전 당초 계획이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곧바로 탈원전을 선언하고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탈원전 3대 과제를 강력 추진했으나 임기 5년차를 맞은 현재 사실상 빈 손 신세다. 탈원전 3대 과제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중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추진 중단 후 백지화 검토였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업계 및 야당의 강력 반대에도 이 3대 과제를 강행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탈원전 정책 추진 경과
신한울 34호기 백지화2023년 12월까지 사업허가 기간 연장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공론화 결과 공사 재개(재개 59.5% /중단 40.5%)
월성1호기 조기폐쇄경제성 평가 보고서 조작 관련 검찰 수사 중

그러나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최근 사업허가기간이 2023년 12월까지 연장됐으나 건설공사 재개여부 결정은 내년 5월 출범할 차기 정부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현 정부 임기 내 백지화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공사 재개 결정됐다. 월성 1호기는 2018년 조기폐쇄 결정으로 가동정지됐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경제성 조작혐의가 드러났고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마저 유죄로 판명날 경우 현 정부 임기 내 탈원전은 가시적인 성과 없이 국론만 분열시킨 채 허송세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정부가 탈원전을 가속화하기에 최근 여건 자체가 불리하게 돌아간다. 신재생에너지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고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면서 비용이 저렴한 원전 의존도가 거꾸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국가적인 탄소 중립화 목표를 위해 원전 가동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데다 각국이 탈원전에서 속속 친원전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텍사스의 최근 대정전 때 재생에너지의 불안한 전력 공급 문제가 드러났다.

검찰은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관련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윗선’ 소환 여부를 이달 안 결정할 전망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최근 국회서 "대통령 공약은 수단방법 안 가리고 정당화되나, 공무집행 방해라는 지적 동의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도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해 검찰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에너지전환포럼 등 정부를 지지하던 탈핵단체들은 신한울 3·4호기 허가 기간 연장에 대해 "신규원전 백지화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좌고우면이 유감"이라고 연일 비난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친핵·반핵 진영 모두에게 비판받고 있는 모양새다.

◇ 갈수록 높아지는 원전 의존도

정치적인 논란 외에 전력수급 측면에서도 원전 의존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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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연도별 원자력발전 이용률 추이. (단위 ; %) [자료=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원전 이용률은 75.3% 기록했다. 탈원전 정책을 본격화 한 2018년 65.9%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9년 70.6%를 찍는 등 2년간 해 마다 가파른 반등 추세다. 지난 정권 말이던 2016년 79.7%에 근접한 수치다. 지난 10년(2011년∼2020년)간 평균 연간 이용률은 78.15%였다. 60%대로 떨어진 것은 2018년이 유일하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와 원전 효율성 대체가 만만치 않은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탈원전의 역설이란 해석에 토를 달기 곤란한 상황이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는 월별 원전 이용률이 줄곧 80%를 넘나들었다. 전력 성수기인 7∼8월 한 여름철 무더위 기간에도 원전 의존도가 높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 총 발전량은 전년보다 줄었는데 원자력 발전량은 오히려 늘었다"면서 "탈원전을 3년간 하다가 도저히 안되니 발전 원가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원자력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탈원전 정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점만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국가들 다시 원전 선택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선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해외국가들이 원전을 다시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 탈원전 정책에 부담이다. 빌 게이츠는 최근 신간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출간 화상간담회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려면 원자력이 필요하다"며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생산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원전도 추구해야 한다"며 "현 세대 원전은 화석연료 등 다른 어떤 발전소보다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보다 더 안전한 차세대 원전(4세대 원자로)도 개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도 2019년초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사설에서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탄소배출이 적은 발전원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며 "한국, 스위스처럼 탈원전을 추진하는 나라들도 원전을 활용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원자력을 할 수 있는 나라는 그 비중을 확대해야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원전 없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만으로 온난화를 막으려면 전기료가 급등해 막대한 경제적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해외 선진국들도 원전 운영을 확대하는 추세다. 영국의 경우 원전운영을 축소시킬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을 이유로 원전을 축소하던 일본조차 6%까지 줄였던 원전 발전 비중을 20%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중국은 원전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원전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48기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12기를 건설하고 있고 40기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탈원전이 아니라 청정 에너지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차세대 원전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시기"라며 "정책이 잘못됐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정책 기조를 재검토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정운영"이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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