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6일(토)

삼성-현대차 ‘전기차 동맹’ 늦어지는 이유는 ‘가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22 15:04   수정 2021.02.22 16:23:15

이재용-정의선 전격 회동 9개월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

현대차 ‘35조원’ 배터리 협력사 SK·LG·CATL···삼성 빠져

삼성 배터리, LG·SK와 셀 형태 달라···‘파격 입찰’ 안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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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삼성과 현대차의 ‘전기차 동맹’ 체결이 늦어지는 이유가 ‘배터리 납품 가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의 ‘갑’ 위치에 있는 현대차가 입찰 과정에서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주문했지만 삼성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업 협력을 위해 전격 회동한지 9개월이 지났음에도 전기차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간 ‘기싸움’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과 손잡고 새 전기차 플랫폼 ‘E-GMP’를 만들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의 납품 규모는 약 35조원이다. 현대차는 총 3차례에 걸쳐 배터리 공급사를 선정했는데 1차때는 SK, 2차는 LG와 CATL이 각각 수주했다. 최근 정해진 3차 물량 공급사에도 SK와 CATL이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공급선 다변화 측면에서 3차 배터리 공급사로 삼성SDI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2차례나 만나 사업전략을 공유 했다는 점도 이 같은 예측의 근거로 작용했다. 작년 5월 두 회장이 처음 만났던 장소는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이었다.

이와 관련 양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삼성SDI가 E-GMP 3차 입찰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삼성이 그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업계에서는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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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전기차용 배터리 셀 이미지.

이번 E-GMP 입찰에서 삼성이 가격을 크게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이유는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셀 구성이 LG·SK·CATL 등과 다르기 때문이다. 셀은 배터리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다. 셀을 모아 만든 모듈을 묶으면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팩이 된다.

경쟁사들이 파우치형 배터리에 힘을 쏟는 반면 삼성SDI는 각형 셀이 미래에 유망할 것이라고 보고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 기술 우위를 정하기는 힘들지만 삼성SDI의 각형 셀은 외부 포장재가 금속 재질로 돼 있어 파우치형 대비 변형에 불리하다. LG의 파우치형 제품을 받으며 협력관계를 이어온 현대차 입장에서는 각형 제품 사용을 위해 가격 메리트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삼성의 각종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던 것도 이번 입찰 탈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SDI의 사업 철학이 현대차와 달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은 휴대폰, 의료용 등 이차전지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 대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정부가 삼성에 위기에 빠진 쌍용차를 인수하라고 압박하는 탓에 자동차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전략은 제외하더라도 ‘K-배터리’ 전체를 중국산 배터리가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중국에서 정부 보조금을 얻고 급성장하고 있는 CATL이 10조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현대차로부터 따냈기 때문이다. CATL은 국내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의 배터리를 납품하더라도 가격을 20% 이상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CATL은 작년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점유율 24%를 기록해 LG에너지솔루션(23.5%)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은 "현대차가 코나EV 화재 사태 등을 겪은 탓에 이번에 납품 업체를 선정하면서 안전성·상품성을 상당히 꼼꼼하게 봤을 것"이라며 "중국에서만 팔리고 ‘K-배터리’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던 CATL 제품이 국내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짚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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