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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바보야 문제는 신재생이 아니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22 16:25

오세영 에너지환경부 기자

오세영 기자수첩
"편식하면 안돼. 다음부터 밥 없을 줄 알아!" 어릴 때 누구나 들어봤던 말이다. 엄마가 손수 차려준 밥상이지만 이상하게도 피망이나 당근을 피하기 위해 젓가락을 있는 힘껏 뒤적거렸던 나쁜 습관이 있었다.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해야 건강에 좋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왜 그때는 모르고 무조건 ‘고기는 좋고 야채는 나쁘다’고 생각했는지…

최근 30년 만에 미국 텍사스 주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단순히 ‘대규모 블랙아웃’을 넘어서 신재생에너지의 효율까지 공격받고 있다. 미국을 ‘멘붕’에 빠지게 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생에너지 때문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전력망 재설계’ 논쟁까지 이어졌다.

미국 공화당과 보수 언론은 재생에너지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극한 기후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화석 연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좌파 기후 아젠다의 역설’이라는 표현으로 프레임 싸움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우리나라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일부 매체에서도 바이든 정부와 결을 같이 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계획을 언급하며 미국 공화당과 보수언론의 반대 논리를 적용하고 나섰다. 국내 전력 수급 안정성을 위협한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자체를 앞다퉈 비판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나. 미국 내 정전 사태에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며칠 사이 분석한 결과 원전 및 가스 발전기의 가동이 중지된 게 원인이라는 내용도 나왔다. 텍사스 주 내 일부 풍력 발전기가 얼어붙으며 정상 가동이 불가능했던 건 맞지만 이런 현상은 모든 형태의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거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도 ‘재생에너지가 문제’라는 논란보다 ‘전원 믹스’에 초점을 맞췄다. 원자력이든 화력이든 신재생이든 발전 형태가 다양하게 마련돼야 극한 기후에 대응할 수 있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그렇다. 에너지는 편식이 아니라 골고루 발전돼야 한다. 일부 정권에서 추진한다는 이유로 프레임을 씌워 흑백논리로 조장할 일이 아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화력에너지냐 재생에너지냐로 나눌 일이 아니다. 기술은 발전이다. 혁명이 아니다. 지금 편식 돼 있는 전원 상태를 골고루 향상시켜야 한다. 고품질의 석탄을 쓰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발전 과정을 개발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도 공급량을 늘리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양자택일이 아닌 상향 평준화라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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