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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차량 라인업. 현대차는 아이오닉 제작을 위해 SK, LG 등과 협업한다. |
투자에 밝은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전기차 제작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속으로는 각각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분야가 있다. 용도를 다해 버려지는 전기차 폐(廢)배터리다. 이 사업을 펼치는 게 ‘돈이 된다’는 판단에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물밑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기차에서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에 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폐배터리 관리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었지만,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민간 기업들이 사업을 펼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당장 폐배터리로 펼칠 수 있는 사업은 ‘재사용’과 ‘재활용’ 두 가지다. 재사용은 잔존가치가 높은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재료를 추출·분리해 사용하는 게 골자다.
전기차 배터리는 성능이 70~80%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폐배터리로 분류하는데, ESS 등으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들의 행보는 발 빠르다. 전기차를 제조하는 현대차그룹은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OCI와 손을 잡았다.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을 폐배터리에 모았다 다시 외부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폐배터리 운송 전용용기를 개발해 특허까지 취득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SK그룹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폐배터리 재사용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배터리가 탄생해 전기차에 탑재되고, 수명을 다해 ESS로 활용되는 모든 분야에서 협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SK그룹 독자적으로는 일단 ‘재활용’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소재를 분리하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다 쓴 전기차 배터리에서 수산화 리튬을 빼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다.
현대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LG그룹의 생각은 또 다르다. 배터리 제조 분야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만큼 페배터리를 수거 후 재대여하거나 자신들이 품질을 살펴 인증을 해주는 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호주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엔바이로스트림과 손잡고 현지에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4대그룹 중 상대적으로 자세가 소극적이다. 이차전지를 취급하는 협력사나 중소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검토 중이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전하지는 않았다. 삼성SDI는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폐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4대그룹의 ‘눈치싸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폐배터리의 민간 소유가 가능해지도록 활로를 열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제도·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김세엽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제조사별로 형태, 크기, 구성물질 등이 다양해 재사용·활용을 위한 복잡성이 높기 때문에 배터리 수집 및 향후 규격 표준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배터리가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각 분야별로 적용되는 품질과 성능에 대한 표준을 정립하고, 관련 업계가 표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물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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