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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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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줄파괴, 미래지향적 에너지정책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13 16:30

-서식지 줄어 동식물 멸종, 육상과 해상, 대기까지 오염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2021년도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세계 아젠다는 ‘공존’과 ‘지속가능성’이다. 20세기 말부터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대형 에너지·환경 관련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정책도 대대적 변화를 맞고 있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세계에너지시장은 ‘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와 달리 자원이 무한하고 온실가스를 내놓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전통 에너지원, 동물 생태계·바다·대기 파괴 심각

인류 역사에서 화석연료는 도시 성장, 경제 발전에 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대기 오염, 산성비 등 많은 문제를 낳았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대형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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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미국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의 폭발 사고 현장.

2010년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륨(BP)의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Deep Water Horizon)’은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나자 실제 매장을 확인하기 위해 해저에서 시추탐사 작업을 하다가 폭발 사고를 냈다. 11명이 사망했다. 한반도보다 더 넓은 해역이 기름에 오염됐다. 이 사고는 수년 동안 인근 해양생태계 오염을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 미국 공공 과학저널 플로스원(PLOS One)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멕시코만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돌고래 사체 46구를 조사한 결과 폐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이 손상됐는데 이는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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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에서 발견된 병코 돌고래 사체.

◇후쿠시마 10주년, 원전 안전 논란 ‘현재 진행형’

원자력 발전도 마찬가지다. 인류에게 ‘제3의 불’이라고 하는 원자핵에너지. 이른바 원자력은 지구상에 자연상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발명한 새로운 에너지였다. 원자력은 인류에 빛과 그림자를 함께 남기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물론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핵폭탄) 투하와 체르노빌과 같은 인류사적 재앙이 발생했다. 반면 전기생산이나 방사선치료, 가속기, 비파괴 검사 등 의학·산업에서 유용한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다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상업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를 통해 인류는 ‘원전 안전 신화의 붕괴’를 목도했다.

올해는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이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강진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거대한 쓰나미는 집도, 자동차도, 비행기까지 모두 휩쓸고 지나갔다. 1만5893명이 숨지고 2553명이 실종됐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원전사고로 인한 주민의 정신적 충격은 여전히 심각하다. 피난 지시가 해제된 지역의 주민들은 방사능 공포를 이유로 7.9%만 복귀했을 뿐이다. 버려진 집과 마을은 방사능에 피폭된 멧돼지들이 점령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유증으로 100만명이 사망하고 700조원 이상의 수습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원전 안전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국내에서도 삼중수소·방사능 유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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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원전.

일련의 사건들의 계기로 세계적으로 에너지,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제는 매년 여름 폭염과 겨울의 한파 등 이상기온,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도 현실로 다가온 실정이다.

201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없을 때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2081~2100년에 지금보다 2.6~4.8℃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관련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할 경우 자연 서식지와 생물종 감소,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식량생산 차질 등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날 거라 경고하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맺고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올해도 세계 탄소 배출의 87%에 달하는 200여 국가가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통해 협정을 이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전환 정책, 중국은 석탄의존도 감축 등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온난화로 인한 지구 기온상승을 1.5도로 묶을 방안을 담은 특별보고서 ‘지구온난화 1.5℃’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net-zero)배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 생산의 70~85%를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을 계기로 우리의 기후정책에 대한 변화 요구와 함께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별보고서는 그 자체로 중요할 뿐 아니라 최근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보완하고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사회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도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3020’ 즉,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올린다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탈(脫)원전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의 패러다임 확립을 국가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 정책기조에서 수급안정과 경제성을 중시하던 정책이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또 발전원 구성에서는 원자력, 석탄발전에서 신재생 천연에너지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후문제, 모든 국가가 책임…사회적 합의 통한 에너지 정책 전환 필요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는 "산업화 이후 지구의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금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문제를 해결할 문이 닫힐 수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9·11테러는 책임자가 명확한데 기후변화는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아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현재 기후변화 문제를 대표하는 국제기구가 없는데 결국 기후문제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만큼 해결에도 모든 국가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전환에는 지금 방향을 설정하더라도 그 실현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게 돼 있다. 바꾸어 말하면 오랜 세월을 두고 확고한 원칙아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찾아내 시정하지 않고서는 자칫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밀실에서 결정됐다. 소수의 관료와 전문가가 정책을 결정·집행 해왔고,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정보 제공과 사회적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국민투표와 주민투표 같은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도 도입해야 한다.

특히 현재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또한 감축 수단과 경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흡하다. 한국의 기후변화 정책은 과학적 토대와 민주적 의사결정 기반이 매우 취약한 반면 산업계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주로 시장과 기술 중심의 정책 수단에 의존하는 한계를 보인다. 이를 극복하려면 제대로 된 정보 제공과 법·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안병옥 고려대 OJERI·환경생태공학부 특임교수는 "기후변화 대응, 미래에너지로의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국 시민사회의 역량"이라며 "정부의 의지와 기업의 준비만으론 안된다. 시민들이 환경,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는데 여전히 우리 국민은 에너지는 누군가 공급하는 것이고 개인은 소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그런 생각이 수 십 년 동안 굳어져 왔다. 에너지전환은 결국 시민사회가 동력이 되고, 정치적 지지자가 되면서 성공하는 것인데, 아직 그 힘이 모아지는 속도가 더디고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최상위 에너지행정계획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총괄위원장을 맡은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는 "에너지 부분의 미래는 원전·석탄 의존의 전력믹스에서 재생에너지로의 확대가 될 것"이라며 "에너지믹스는 원별 분리된 공급망에서 에너지원간 공급 최적화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전환을 위한 중점 추진사항으로 수요관리의 획기적인 강화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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