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2일(화)

바이든 첫 업무는? ‘트럼프 흔적 지우는’ 행정명령 서명..."허비할 시간이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1 13:35   수정 2021.01.21 13:35:33
바이든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지우기’에 본격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행한 정책들을 하루라도 빨리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취임 첫날부터 피력한 셈이다.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능력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보전하고 수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며 선서하면서 공식적으로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취임식을 끝내고 백악관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15건의 행정조치와 2건의 기관 조처 등 총 17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입법 없이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다.

1호 명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100일 마스크 쓰기’로 정해졌다. 미국인들에게 100일간 마스크를 쓸 것을 당부하고 연방시설에서는 이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대통령이 주(州)·시(市) 정부에 명령을 내릴 수는 없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의무화 조치는 연방청사와 부지 등에 영향을 미치고 주 정부들도 똑같이 하도록 촉구하는 효과가 있다고 CNN은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을 것이란 의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재임 당시 마스크 착용을 극도로 기피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전 기자들에게 "내가 오늘 서명하는 행정적 조처 중 일부는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인종 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다른 소외된 공동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 외에도 서명된 명령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점 과제를 뒤집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또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허가를 철회하는 것을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면적 명령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 천연자원보호협회(NDRC)의 밋첼 버나드 회장은 "신속하고 결정적인 행동이다"며 "우리가 지금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포괄적인 조치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의 로버트 슈워크 이사는 "협정에 재가입 한다는 것은 미국이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과제로 삼을 것이란 신호를 보내는 셈"이라며 "그러나 이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와 발전부문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에너지와 환경을 총괄했던 존 모턴은 "세기 중반까지 미국을 탄소중립국으로 만들기 위한 고된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경제매체 CNB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수많은 행정명령이 서명될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미국 토지와 물의 30% 보존, 북극권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ANWR)에서의 석유시출권 해지, 정부 결정에서 과학의 역할 회복 및 증진 등이 포함된 명령들이 취임 후 첫 몇 달 동안 서명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시켰던 환경규제들을 다시 뒤집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4년 동안 100개가 넘는 환경규제들을 뒤집은 것을 나타났다.

중국 전문가들도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미국과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2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달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이미 일부 중국 정부 부처는 바이든 팀과 접촉하며 대화를 제안했으며 이는 중국의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 부원장은 "중국은 양국 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1%만 있어도 100%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며 양국이 우선 기후변화와 관련한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 기후변화에 맞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19로 침체된 미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은 기후협약을 실존적 위기 속에서 도덕적으로 긴요한 것일 뿐 아니라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방안으로도 본다"고 전했다. 2035년 전기분야 탄소중립 계획 등 그의 기후협약 준수 노력은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동반해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한다는 논리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의 중단 △미국 남부 국경장벽 건설 위한 비상사태 철회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입국금지 철회 △불법체류 중인 미성년자와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제도’ 강화 △세입자 퇴고 조치 유예 △연방 학자금 대출이자 유예 △트럼프 행정부가 설립한 ‘1776 위원회’ 폐지 등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10일 간 53건의 행정 조치에 서명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경제, 보건, 이민 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당면 국정과제를 소개했는데 여기에 △코로나19 △기후변화 △인종 형평성 △경제 △보건 △이민 △글로벌 지위 회복이 명시됐다. 모두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승리 이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강조해온 사안이다.

미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사의 어떤 대통령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전임자의 유산을 해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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