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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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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내는 기본소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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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제도개선위원장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 지난해 일부 철학적 논의나 사회민주주의 경제이론에 머물러 있던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이 주류정치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자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재난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이 거론되더니 선진국들이 먼저 나서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결과에 비교적 만족하는 수준에 오르게 됐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각 지자체가 먼저 나서고 중앙정부도 여러 논란 끝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재난 지원금을 지급했다. 개념부터 각양각색으로 복잡하게 정의되던 기본소득은 코로나19로 일순간에 그 개념을 뛰어넘어 현실적으로 지급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기본소득을 실험했던 캐나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 기본소득을 두고 찬반이 엇갈려 있었는데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버렸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똑같은 현금을 지급하여 생계의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굳혀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기본소득과 에너지라니 도무지 연관성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들은 서로 연결돼있다. 중앙이나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기본소득의 재원은 국가의 재정, 즉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기본소득이 제공되기 어려운 이유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시민의 저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에 중앙이나 지방의 정부가 주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작은 단위의 마을이나 그보다 약간 큰 단위에서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지역마다 여건이 다를 수 있지만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정부가 그린뉴딜을 선언하고 큰 방향을 잡았지만 들여다보면 내용은 허술하다. 심각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탈탄소 저성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중앙집중식 전력공급 체계에서 분산형 체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로컬에너지 일 수밖에 없다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생산체계를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마을단위 지역단위, 공장, 주거시설, 학교, 공공기관 단위로 작은 규모의 분산형 발전시설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규모 발전소를 묶어서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를 통한 공급까지 필요하다. 작은 발전소들을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으로 묶어 공동투자하고 공동분배하는 에너지 사회적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햇빛과 바람이라는 무한한 자연재와 공공재, 토지라는 지역이 제공하는 자원으로 만들어 내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은 이윤도 공적으로 그 지역이 소유해야만 한다. 지본에 의해서 개발하고 자본이 지역자원을 잠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스스로 만들고 나누는 방식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 농어산촌에 남은 마지막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과 햇빛 토지가 만들어 내는 발전수익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골고루 주민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사회적 경제를 만들어 내는 연대단체들과 협력하여 마을단위 에너지조합 1000개를 만드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먼저 이를 위해 에너지 활동가를 키워내야 한다. 오래전부터 시행했던 서울시 에너지 활동가사업과 같이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교육하고 직접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이렇게 교육된 활동가들이 마을단위 또는 지역단위의 올바른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주민을 교육하고 실무를 맡아야 한다. 이런 비용은 마을 에너지협동조합이 초기에는 감당할 수 없다. 공적인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활동가들이 마을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 발전소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분배하는 것이다. 그 분배방식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어야 한다.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마을 주민은 자신들이 가진 자연적 조건으로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해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경제에 도달한다. 에너지로 만드는 기본소득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도입 가능하며, 인간은 자연의 이자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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