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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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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몸값 LG에너지솔루션 IPO 출격...주관사 선정엔 ‘살금살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14 16:15

입찰제안요청서 발송에 대표주관사 경쟁 '점화'



미래에셋 등 IPO 강자 제외, 중위권 위주 선정



이르면 연내 상장...최소 10조 이상 공모 흥행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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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상장 후 기업가치 100조원으로 평가되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주관사 선정엔 다소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등 IPO 강자인 증권사를 제외하고, KB증권-신한금융투자 등 중위권 증권사를 위주로 대표 주관사 선정에 나선 것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들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오는 21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비대면 프레젠테이션 등을 거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같은 행보라면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증시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LG화학 배터리 부문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자동차용 전지뿐 아니라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와 소형 전지 사업과 배터리 사업을 뗀 LG화학은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바이오(생명과학) 사업을 맡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시가총액)를 약 50조~100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소공모비율인 25%만 공모해도 최소 10조원으로 역대 최고금액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이렇듯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주관사 자리를 두고 증권사들은 물적분할을 추진할 당시부터 물밑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LG화학 분사과정에서 겪은 여론의 관심과, 주주들의 원성 탓인지 상장 준비에 예상외로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RFP를 특정 일부 증권사에게만 보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에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국내 증권사들도 수령했다.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이 기회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도 RFP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IPO 실적 1위 한국투자증권, 2위 미래에셋대우 등은 명단에서 제외됐는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주관을 맡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7월 상장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JP모건을, 공동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주관사 선정 당시 증권사들에게 경쟁사 거래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오곤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포한 RFP에는 기본적인 질문들만 담겨있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내용엔 증권사 주관실적, LG에너지솔루션 예상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기업가치 산출방식, IPO마케팅 전략 등이 담겼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같은 행보는 앞서 대어급 상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의 RFP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크래프톤의 RFP의 경우 10페이지가 넘었는데, 기업가치와 주관실적 등 기본적인 질문 외에도 앞으로의 실적 예상치, 그간 각 증권사가 수행한 빅딜과 저조한 성과를 냈던 딜, 리스크 관리 방법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었다. 카카오뱅크는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IPO 무산 여파와 국내 은행시장을 뛰어넘을 신사업 아이디어도 증권사들에게 요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진 바 없고 확정 사안은 공식적으로 알릴 계획이다"라며 "입찰제안서와 관련된 내용 역시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두를 달리는 회사에 걸맞게 공모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봤다. 특히 IPO 진행 시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 유럽, 중국, 미국 등 전기차 시장의 생산기지를 확충 및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기업의 수주잔고 기반으로 올해부터 LG에너지솔루션은 출하량과 생산능력 기준으로 중국 CATL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진행해 선제적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파이를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편에선 주관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보여준 조심성이 IPO 흥행을 저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입찰 제안을 받은 중위권 증권사들이 조 단위 딜에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IPO는 마케팅으로 홍보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야 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는 오히려 악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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