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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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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정책 백약이 무효...집값 상승, 전국 돌아 다시 강남으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2.27 12:55

매물

▲집값 풍선효과가 지방까지 뻗치면서 서울과의 갭이 줄어들고 규제지역도 늘어나면서 다시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붙은 매물 정보.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전국적으로 번지던 집값 풍선효과가 돌고 돌아 다시 서울 강남으로 돌아왔다. 전국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지방 아파트값이 서울 아파트값을 바짝 추격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수요가 결국 서울 강남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나온 24번의 부동산 대책이 결국 효과도 없이 집값만 올려 놓았다는 평가다.

27일 한국부동산원원의 12월 셋째 주(21일 기준)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값은 평균 0.09% 올랐다. 5개월만에 최고이면서 지난 8월 둘째 주부터 14주간 유지된 긴 보합을 끝내고 6주 연속 가격이 상승폭이 가팔라진 것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관망세가 매수세로 전환되면서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은 급등했는데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매매수요는 다시 강남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 매수세도 가세하고 있다. 지방 대도시에서도 10억원, 15억원 등 서울 아파트값에 근접하자 이왕이면 강남을 노리겠다는 투자자 가 많아진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는 "전국에서 전세를 끼고 매수를 원하는 투자 문의가 하루 수십통씩 온다"며 "재건축 단지는 워낙 오래됐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한푼이라도 가격을 더 올려 받기 위해서 올수리를 하고 집을 내놓는 게 추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동 현대14차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9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매물은 최고 31억원대에 나와있다. 이 단지는 1987년 준공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달간 강남구에서 실거래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로 기록됐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분위기다.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대단지인데다 학군이 잘 형성돼 있어 전세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셋값 상승세를 타고 장기 보유 목적으로 매수 문의가 많다.

서초구 잠원동 B공인중개사는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정부가 막고 있지만 사람들은 언젠가는 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낡은 아파트가 가격만 기형적으로 오른다"며 "또 강남은 어떤 정책이 나와도 매매 대기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공급이 없을수록 가격은 더 오른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 C공인중개사는 "최고 시세보다 수천만원 저렴하다는 이유로 집주인들이 급매물이라고 주장하며 내놓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직전 실거래가보다 억대로 오른 매물들이기 때문에 진정한 급매물이라고 보기엔 힘들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강남·서초·송파구의 신축 아파트 기근에 풍선효과를 본 곳이다. 강동구는 지난해까지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내려가기도 했지만 올해는 임대차법,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청약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서쪽으로는 강남, 동쪽으로는 3기 신도시가 예정된 하남이 있다는 이유로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 시세를 넘어서는 단지가 속출하기도 했다.

강동구 고덕동 D공인중개사는 "강동구는 인근 강남보다 새 아파트가 많아서 전세보다 실거주 하려는 문의가 많다"며 "15억원 이상은 대출이 안되기 때문에 14억9900만원 이하로 조정되는 물건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와 상관없이 30평대 아파트도 16억∼17억원대 매물이 거래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권이 들썩이면서 조만간 서울 전역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마포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최근 0.05%를 기록, 4주 전보다 0.02%포인트 확대됐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 입주권이 20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 14일 실거래가 18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외곽 지역은 서울 아파트 전세난 지속에 따른 매매수요 전환으로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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