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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함께 세워져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려면 한국 외에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최소 4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에서 노조의 반발, 3자연합과의 소송전 등 문제를 모두 해결하더라도 이들 국가 중 한 곳이라도 허가하지 않으면 합병이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29일 항공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국내뿐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사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례다.
미국은 두 회사의 미국 내 매출액(자산총액) 합이 1억 9800만달러(약 2370억원) 이상이면서 피인수 회사의 미국 매출액이 9000만달러(1080억원)를 초과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기준 대한항공 여객 매출은 1조 760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1분기 여객 매출의 18%, 2분기 26%, 3분기에는 23%를 미주에서 올려 심사 대상이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역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1∼3분기 매출이 2조 8920억원에 달한다.
EU 집행위원회의 심사도 넘어야 한다. EU는 독점 관련 규제의 그물이 촘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U는 두 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 합이 50억유로(약 6조 7470억원)를 초과하면서 두 회사의 EU 매출액이 각각 2억 5000만유로(약 3370억원)를 넘을 경우 합병심사를 받도록 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8조원이 넘어 이 곳에서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EU는 항공사 간 기업결합을 두 차례 불허한 만큼 이들의 기업결합 심사가 고비가 될 수 있다. 앞서 2011년 그리스 1·2위 항공사의 통합을 두고 합병 시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점유하는 회사가 나타난다며 불승인했다. 2007년에는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합병을 불허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심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의 경우 두 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 합이 100억위안(약 1조 7140억원)을 초과하면서 중국 내 매출액이 각각 4억위안(약 690억원)을 넘어서는 경우 심사를 받게 한다.
일본은 인수를 주도하는 회사가 일본 내 200억엔(2230억원)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피인수 회사의 일본 매출도 50억엔(560억원)을 넘길 경우 사전독점금지법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포함시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중국, 일본에서 올린 여객 매출은 많지 않다. 다만 대한항공은 화물 매출의 25%를 중국에서 올리고 일본 비중도 7% 안팎이라 이들 국가의 심사도 통과해야할 전망이다.
이밖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관련 매출액에 따라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심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해외 경쟁당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