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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서 빠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25 13:49

24일 산업부 전력정책심의위원회 "불확실성 해소시 차기계획에 공급물량 반영"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에 따라 공사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재개 결정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5년 장기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토록 돼 있는 전력수급계획(이하 전기본)의 9차 계획(계획기간 2020∼2034년)에 신한울 원전 3·4호기 운영 여부를 넣지 않기로 전날 결정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운영 계획이 9차 계획에서 빠져도 정부가 이 원전의 건설 재개 여부와 관련 이르면 내년 2월 26일 사업허가 유효 만료일까지, 늦어도 사업허가 기간 연장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임기(2022년 5월 9일) 내 정책결정을 할 수 있다. 당초 준공시기가 2022년과 2023년이었던 이 원전 건설이 지난 3년간 멈췄던 만큼 지금 건설 재개한다고 해도 당장 가동할 수 없어 전력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9차 전기본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가 관련 입장을 결정하지 않고 임기를 마칠 경우 무책임 비난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가뜩이나 순조롭게 진행되는 원전 건설을 갑자기 중단시킨 뒤 3년째 관련 입장을 정하지 않고 보류한 채 3년을 끌어온 것에 대해 원전업계를 중심으로 강력 비판하고 있다. 특히 탈원전으로 입은 피해 보상과 관련 입법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전력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 9차 전기본 수립 관련 논의를 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산업부가 신한울3·4호기 공사일정에 대해 질의하자 ‘정부정책 고려시 불확실성이 있어 준공일정 예상이 어려움’이라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부는 ‘현시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확정설비 제외가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경제성장률과 전력수요 예측이 하향 전망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7년 말 수립된 제8차 전기본에서 2030년 전력수요는 101.9GW로 7차 계획 당시 113.2GW보다 약 11.3GW 감소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9차 전기본의 수요전망은 90GW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세를 9차 전기본에 반영하기로 했다. 산업부 측은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경제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게 위해 추후에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을 반영해 수요전망을 다시 하고 있다"며 "수치가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도 있다. 아직 확정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력 수요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요소다. 전력 수요 전망 결과를 토대로 추가적인 발전 설비 공급 계획을 짜는 등 전체 전력 수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경제성장률, 전기요금 명목가격, 소비 패턴, 연료비 전망, 기온 변화 요인 등이 반영된다. 산업부의 답변대로라면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전력수요 감소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발전 계획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재개 결정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전기본은 2년 마다 수립한다. 10차 계획이 수립될 2022년 말이면 차기 정부의 임기다.

현재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내년 2월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할 경우 공사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전기사업법(제12조 1항)에 따르면,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 지 4년 이내에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면 발전사업 허가 취소 사유가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7년 2월 27일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기 때문에 내년 2월 26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공사를 재개하거나, 건설 취소 또는 사업 허가기간 연장을 해야 한다. 한수원 측은 "내년 2월 이후 무조건 공사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취소 사유는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한수원은 정부의 건설 백지화 결정에도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취소하지 않고 ‘보류’ 시켰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ㆍ대진 등 4기 건설 계획은 취소하면서 신한울 3ㆍ4호기만 건설 취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국회에서 관련 질의가 나올 때 마다 "정부가 내준 발전사업 허가가 유효한 만큼 자의적으로 건설 취소를 할 수 없다"며 "원자력발전회사 사장으로서는 건설 재개가 좋은 일이다. 정치권에서 좋은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한 바 있다.

신한울 3ㆍ4호기는 건설 취소 상태인 천지 1ㆍ2호기(영덕), 대진 1ㆍ2호기(부지 미정)와 달리 2015년 건설이 확정돼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규 원전 백지화로 인한 매몰비용(손실비용)은 신한울 3ㆍ4호기 7790억원, 천지 1ㆍ2호기 979억원, 대진 1ㆍ2호기 34억원이다. 신한울 3ㆍ4호기의 손실액에는 두산중공업의 주기기 사전제작비용(4927억원)과 공사용역비(1066억원), 울진에 지급한 지역지원금(1400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9차 전기본은 올해를 넘기지 않고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1년이 미뤄진 상황이라 올해 안에는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차 계획은 2017년 12월 말 국회보고와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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