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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기의 눈] ‘부동산 가두리’는 중개업자만의 문제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17 17:01

건설부동산부 권혁기 기자

‘가두리’란 물건의 가를 두르고 있는 언저리를 뜻한다. 가장자리를 뜻하는 ‘가’와 ‘두르다’가 합쳐진 말이다. 물고기 양식업에서나 쓰이던 말이 부동산 시장에도 등장했다.

‘부동산 가두리’는 지역부동산협회 또는 단체에 가입된 부동산들이 자체적으로 단지별 상한금액을 정해 주민들이 그 가격 이상으로 매도를 원하면 거래가 어렵다면서 상한금액 이하로 내놓도록 유도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상한가 이상으로 거래가 된다면 광고를 없애고 실거래신고를 최대한 늦게 신고토록 조정하고 있다.

고의적으로 시세를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행법상 이는 피해갈 수 있는 구조다.

권혁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권혁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예컨대 ‘A단지 매물을 10억원 이하로는 올리지 말자’라고 하면 처벌 대상이지만 ‘10억원 이상으로 광고하지 말자’라고 하면 위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양산 신도시 일대 공인중개사 연합회 ‘신중회’의 행동에 문제제기가 발생했다.

신중회 회장은 지난 14일 "부동산 시장이 ‘매수우위에서 매도우위’로 급변해 계약들이 해지되기가 일상이 돼 버리는 이 시점에서 회원들은 호가의 인터넷 광고가 계약해지의 주원인이라는 인식하에 인터넷 광고를 오늘부로 당장 중단하라는 회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오늘부로 양산 신도시 아파트 매매관련 인터넷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단합을 한다는 것을 알린 셈이 됐다.

반대로 입주민들이 가격을 담합하기도 한다. 몇몇 단지에서는 ‘부동산 가두리’를 언급하며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위해 저가 매물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개업자 만큼이나 입주민들도 집값이 오르는 것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달 4억원에 거래된 집이 이달에는 5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비정상적인 현실 때문에 발생한다. 4억원에 매도한 집주인은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실거주자, 정말 집이 필요한 매수자들이다. 지금 당장 보금자리가 필요한데 아파트값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지난달에 4억원이라고 했던 집이 이번 달에는 5억원이라고 하면 어떻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단 말인가.

집값을 떨어뜨리려는 공인중개사나, 집값을 올리자는 원주민이나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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