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4일(금)

에너지경제

[EE칼럼] 한전 이사회에 보내는 질문

에너지경제 ekn@ekn.kr 2020.09.10 17:25:32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에너지경제ㆍ재무분석연구소(IEEFA) 멜리사 브라운(Melissa Brown) 아시아 에너지금융연구소 디렉터는 금년 6월 ‘한국전력 이사회에 보내는 질의서’를 공개했다. 한전 이사회는 어떤 답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분석전문 연구소의 객관적 평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브라운이 한전에 내린 평가는 냉정하다. 우선 그는 한전 주가가 금년 들어 22.8% 하락해, 코스피 하락률보다 12.4% 포인트 낮은 수치를 보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진단한다. 2016년 당시 6만 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2만 원대 초반이다. 2018년 1조 2,000억 원, 2019년 2조 3,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순진하게도 한국 증권시장 애널리스트들은 2020년에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이어서 그는 한전은 청정에너지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는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대표적인 글로벌 연기금인 네덜란드연기금(APG)은 계속된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이유로 한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왜 국내에서 청정에너지 전환을 약속하면서, 해외 신흥시장에서는 석탄해외민간발전사업(IPP)에 투자해 탄소배출량을 늘리는가?"고 물었다. "한전은 현재 전 세계 27개국에서 화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송배전, 자원 등 43개의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2019년 6월 기준). 그러나 한전이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문서는 낡은 탄소 중심 기술에 신규로 투자하는 것이 어떤 경제적ㆍ정책적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전략적 인식이 결여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전은 뒤늦게 베트남의 붕앙 2, 인도네시아의 자와 9, 10, 베트남의 응이손 2처럼 논란 많은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전은 개발 사업의 막바지에 적은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했다. 한전의 2019년 3분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9월 말 호주 바이롱 석탄사업 투자금 6,168억 원을 대손상각 처리했다. 이는 잘못된 투자가 주주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2020년에도 바이롱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에너지 시장 환경에서 가망 없는 계획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항소심 법정에서 호주 정부에 맞서 돈을 쏟아 붓는 중이라고 한다. 결정적 비난은 한전의 해외투자에 관한 공시 정보는 재무보고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서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한전의 전반적인 해외 투자 실적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핵심적인 질문 한 가지만 더 소개하겠다. 이사회의 구조 문제다. 한전은 태양광 사업, 그리고 실패로 돌아간 호주 바이롱 석탄 사업에 대한 신용 보증 등의 투자를 동시에 승인했는데, 이는 당연히 이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사들이 사실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 이사회가 수익성 및 기후 재정 리스크 관점에서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구조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이사 임기가 겨우 2.5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략적 사안을 숙달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 CLP 홀딩스와 같은 경쟁 업체의 독립 이사 평균 임기는 8.2년이다. CLP 이사회에는 장기 투자를 결정한 나라에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도 포함돼있다. 단기 5~15년, 장기 25~40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임기 2.5년짜리 이사가 무슨 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아픈 지적이다. 한전 이사회의 두 번째 놀라운 점은 한전의 의사결정 구조나 지속가능성 의무를 감독할 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전 이사회는 해외 투자 결정을 지속적으로 감독할 능력이 없다고 단언한다.

한전은 이와 같은 뼈 때리는 지적에 대해 어떤 답을 내 놓고 있는가? 브라운의 지적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인가? 한전은 "해외 사업 부문은 신재생에너지, 저탄소, 친환경 투자로 나갈 예정"이라며, "해외 석탄발전 신규 투자시에는 국가에너지정책상 석탄화력이 현실적인 대안인 국가를 대상으로 하거나 저탄소 기술적용 국제환경 기준 준수, OECD 가이드라인상 수출 금융 지원이 가능한 사업 등 5가지 엄격한 기준을 세워 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내 놓았다고 한다. 제 코가 석자인 한전이 한전공대를 설립해 교육사업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시장형 공기업 한전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배너

실시간 종합Top

경제
머니
비즈니스
전기차&에너지
부동산
글로벌

Opinion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