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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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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기차시장, 코로나發 대기오염 개선 효과로 더 부각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4.23 14:25

▲충전중인 전기차(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구수가 많은 인도에서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응을 위해 공장가동·차량운행 중단 등의 락다운(국가 봉쇄) 조치로 인도 대기질이 개선되면서 친환경차로 불리는 전기차의 입지가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미 경제매체 CNBC는 인도 전기차제조업체연합(SMEV)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2019-2020 회계연도 기준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20% 급증한 15만 60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토바이 등의 이륜 전기자동차 판매량의 성장세가 돋보이는데 작년에만 무려 15만 2000대가 판매됐다. 전기 승용차와 버스 판매량의 경우 각각 3400대, 600대로 집계됐다.

또한 판매된 이륜 전기자동차 중에서 전기 스쿠터가 97%의 비중을 차지한 반면 나머지 3%는 전기 자전거와 오토바이로 구성됐다. 전기 승용차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약 5% 감소했다.

이처럼 인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도의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에 진입한 만큼 기타 국가들에 비해 전기차 대중화가 도래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실제 SMEV에 따르면 작년 영국에서 새로 등록된 전기차가 전년대비 144% 증가한 3만7850대를 기록했고 세계경제포럼(WEF)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0.5%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한 만큼 인도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도 정부는 만성적인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원 보충, 보조금 및 인센티브 지원 등의 친(親)전기차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소재 씽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남아시아 재무분석 책임인 팀 버클리는 "대기오염은 인도에서 매우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전기차 대중화가 이에 대한 중기적 대안으로 삼고 있다"며 "인도는 또한 80% 이상의 석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에너지안보 역시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로 꼽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석탄,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에너지 공급은 자국 내에서 충당할 수 있지만 석유는 해당이 안된다"며 "수송 부문에서의 전기화는 화석연료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때문에 국가 안보차원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버클리 책임은 "이러한 이유로 모디 총리는 전기화를 국가의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배터리 팩 제작 자회사인 ‘마힌드라 일렉트릭’의 마헤시 바부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는 인도의 대기오염과 석유 의존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인도 전기차 산업은 새로운 사업이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부품 생산과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인도 전기차 시장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지난 1, 2월 전기차 판매량이 44%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의 경우 코로나19에 이어 최저 수준의 휘발유 값,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어느 국가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콜린 멕케라처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수송부문 애널리스트는 "향후 12개월 간 전기차 시장은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매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대중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 현지매체 inc24 역시 "인도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 유례 없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은 매우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펼쳤으며 현대차 인도법인의 타룬 가르그 영업 총괄은 "인도는 미래 청정 모빌리티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락다운에 따른 대기환경 개선…친환경차 입지 넓힐까

▲봉쇄령 전(위)과 후(아래)의 인도 뉴델리(사진=AP/연합)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려진 각국의 락다운 조치로 경제 활동이 봉쇄되면서 인도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의 공기 청정도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인도에서 당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나 국가 봉쇄령 이후 대기질 개선이 확연히 두드러진 만큼 화석연료의 사용과 이에 따른 대기환경 문제는 앞으로 인도에서 주요 과제로 꼽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도에서 전기차의 성장을 견인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폭제로 작용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달 22일 ‘자발적 통행금지’ 조치를 한 데 이어 25일부터는 3주간 코로나19 확잔 방지를 위해 전국에 봉쇄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수도 뉴델리를 비롯한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 등의 지역에서는 대중교통과 차량 운행이 중단됐고 사업장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인도 전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23일 스위스에 본사를 둔 대기질 관련 업체인 ‘아이큐에어’(IQAir)는 뉴델리를 포함한 세계 10개 도시에서 코로나19 사태 전후의 초미세먼지(PM 2.5) 수준을 측정했는데 봉쇄령 기간동안 뉴델리에서 초미세먼지 수준이 작년 동기 대비 60% 가량 떨어졌고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2.8㎍/㎥로 집계됐다.

미세먼지 수준이 다소 낮은 여름철을 제외하고 뉴델리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건 최초라는 평가다.

한국 서울의 경우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8일까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작년보다 54% 줄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는 해마다 겨울이면 뉴델리 등 북부를 중심으로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린다. 논밭을 태운 바람에 생긴 재에 낡은 경유차와 공장 매연, 난방·취사용 폐자재 소각 연기, 건설공사 먼지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초 뉴델리 곳곳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000㎍/㎥를 넘나들기도 했다.

차량의 배기가스와 공장 배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지난달 국가 봉쇄령과 함께 차량 운행은 물론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면서 공기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맑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덕분에 평소에는 먹구름이 가득 낀 듯 아무것도 볼 수 없던 뉴델리의 밤하늘에도 별자리가 선명하게 빛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도 지난달 인도 벵갈루루의 이산화질소 수치가 5년 전보다 35% 떨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잘란다르에서는 약 200km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눈 덮인 정상이 30년 만에 육안으로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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