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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작지만 강한 실용서가 '코로나19' 위로되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3.09 10:50

김민경 팬앤펜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최근 편의점 CU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떡볶이’라는 제품이 한정상품으로 출시됐다. 이름부터가 특이한 이 한정판 상품은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 출판사)>에서 따왔다. 상품 패키지는 책 표지 디자인과 같고 떡볶이 상품 안에는 책 속 문구가 적힌 책갈피가 들어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독립출판사에서 출간돼 5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과거 대형 출판사 중심의 시장 논리로는 상상하기 힘든 사례다.

이제 책은 종이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책을 쓰는 작가의 범주도 무한히 넓어졌다. 심지어 문학 분야에서도 ‘등단’이라는 말은 그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우리는 대상이 없더라도 SNS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매일 할 수 있으며, 우리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호응과 공감의 양으로 그 가치가 측정된다. 대중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면 누구든지 책을 내고 작가가 될 수 있다. 콘텐츠를 고르는 기준은 연령, 성별, 직업, 생활환경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리는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도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출판 시장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고전의 힘’이다. 재미있는 것은 고전을 대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신선하되 생명력이 짧은 소모적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고전의 고유함은 더욱 견고해지며 신뢰를 받는다. 한 예로, 최근 개봉한 영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책 <작은 아씨들>은 그야말로 표지 전쟁이 붙었다. 1896년의 오리지널 초판본과 같은 디자인을 한 표지, 영화 주인공들의 실사가 있는 띠지를 두른 표지, 고급스러운 일러스트로 무장한 표지 등 출판사마다 개성 있는 모양의 책을 찍어냈다. ‘읽고 싶어서’라기 보다 ‘갖고 싶어서’ 구매하는 현대인들의 소비심리를 제대로 파고든 셈이다. 이처럼 출판계에서도 이제는 소장욕을 자극하는 ‘굿즈(goods)’ 같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는다.

화려함에 치중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출판사는 외양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열정을 쏟는다. 어떤 분야건 충실하고 새로우며 유일한 내용은 주목받게 마련이며, 수명 또한 길어지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굵직하되 그 끝이 불투명한 줄을 잡기보다는, 가느다랗지만 단단하며 확실한 방향으로 줄을 타고 가는 것이다.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다시 주목받은 가수 양준일의 책 <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 독서 지도의 새로운 장을 연 <독서머리 공부법> 등도 소규모 출판사에서 펴낸, 내실이 단단한 책들이다.

실용분야에서도 작은 출판사의 활약은 이어진다. 문학이나 자기계발, 유아 및 아동 분야에 비해 요리, 취미 등을 다루는 실용 도서 시장은 규모가 아주 작다. 당연히 큰 출판사가 뛰어드는 경우가 적기에 작은 출판사에 기회가 더 주어진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집밥’ 열풍을 이어가는 책 <임성근의 한끗 다른 집밥>, <맛 보장> 시리즈, 홈 베이킹의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주는 <베이킹 마니아 레슨>, 외식 창업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입소문이 난 <카페 시그니처 메뉴 101>, <계절 과일 레시피> 등이 그렇다.

올해의 시작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침체해 있다. 이런 시기에 소규모 출판사에서 나온 ‘내실 강한 책’에 눈길을 줘보는 건 어떨까. 건강을 챙기고 싶은 독자라면 요리 분야에서는 채식, 글루텐프리, 쌀빵, 비정제 재료 등을 주제로 한 책을 눈여겨보자. 홈트(홈 트레이닝), 필라테스, 요가, 부분 운동 등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법을 담은 독립출판물도 요즘은 수요가 많은 편이다. 성취감을 얻고 싶은 독자는 매듭, 마크라메, 자수, 뜨개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 다른 이들과의 거리를 권하는 이 때에, 이런 책들이 나를 위한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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