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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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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 사용후핵연료 처분 지연으로 귀결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29 14:00
-월성 원전, 고준위방폐물 임시저장시설 2021년 11월 포화, 고리원전 2024년 포화 예정

-지금 공사 시작해도 11월까지 완공 어려워

-원전 지역 주민 "중립적 인사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에게 책임 떠념겨"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 원전 내 저장수조.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에너지경제신문=전지성 기자]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지연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폐쇄 기념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뒤, 곧바로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건설 중단과 재개를 묻는 3개월 간의 공론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원전의 안정성에서 가장 큰 문제인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집권 3년차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월성 원자력발전소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은 지난해 12월 기준 94.18%다. 월성 원전은 원전 내 습식 저장조와 원전 외부 건식 저장 시설인 맥스터가 내년 11월에 모두 찰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로 원전인 월성 2~4호는 천연 우라늄을 쓰기 때문에 농축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경수로 원전보다 사용후핵연료가 훨씬 많이 나온다. 국내 원전 단지 5곳(월성·고리·새울·한빛·한울) 중 중수로 원전이 있는 곳은 월성이 유일하다. 고리원전도 포화율이 80%에 달해 2024년에는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추가건설 여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월성원전의 과거 건식 저장 시설인 캐니스터 300기(사용후핵연료 총 16만2000다발)는 이미 2010년 포화해 수명이 다했다. 2009년 완공된 맥스터 7기도 현재 6기는 사용후핵연료로 꽉 찼고 남은 1기 일부만 여유가 있다. 맥스터 증설에 필요한 시간은 실제 건축 기간,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감안해 22개월 정도다. 원자력계에서는 지금 당장 첫 삽을 떠도 내년 11월까지는 현실적으로 증설을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립적 인사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에게 책임 떠념겨"

정부는 지난해 5월 재검토위를 출범해 고준위 방폐장 입지 선정 등 공론화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수행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7월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수립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재(再)공론화’ 방침을 밝혔고 이에 따라 재검토위가 새로 구성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업계와 시민 단체 등을 배제하고 변호사와 행정학·통계학 등을 전공한 대학교수 등 15명을 재검토위 위원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재검토위가 제대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검토위 16차례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위원 결석률이 32.5%나 됐다. 격주로 열리는 회의에서 적어도 전체 위원 15명 가운데 5명은 빠졌다는 얘기다. 16회 회의 중 절반 이상 불참한 위원도 4명이나 됐다.

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산업부의 발표는 성숙한 논의는커녕 중립적 인사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패착이 떠오를 만큼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지난번 공론화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적시하고 있지 않은데다 위원 선정 등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특히 월성 원전의 긴박한 필요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 원전환경과 관계자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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