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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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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View] ‘배터리 필수소재’ 리튬·코발트 가격 급락…바닥쳤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8.16 09:35

전기차 성장세로 고공행진 걷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내리막길
작년 3월 최고치 이후 68% 하락
리튬은 공급과잉에 2년새 63%↓
일각선 글렌코어社 채굴 중단에
톤당 3만 달러 넘어 회복세 전망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 DRC) 에 위치한 코발트 광산 전경. (사진=AP/연합)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로 인해 지난 2∼3년 동안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던 리튬과 코발트의 가격이 최근에는 공급 과잉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발트를 중심으로 광산 업체들이 생산량을 감소하면서 가격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 코발트 현물가격은 톤당 3만 5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월 21일 9만5500달러에 비해 약 68% 하락한 수준이다.

코발트 가격은 2016년 말까지만 해도 톤당 2~3만 달러 수준의 박스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세계적인 ‘전기차 붐’으로 인해 코발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초까지 3배 넘게 급등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전 세계 코발트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내전 등 정정불안까지 맞물리며 코발트의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시장 예상치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글렌코어, 중국 몰리브덴 등 대형 업체들이 채굴을 확대하고, 중소업체들도 ‘맨손 채굴’ 등으로 코발트 채굴에 가세하면서 공급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제 현지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콩고는 지난해 전년 대비 44% 늘어난 10만 6439톤에 달하는 코발트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급이 워낙 폭발적으로 증가 하다 보니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상태다.

▲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여기에 비싸진 코발트 함유량을 낮추고 그 대안으로 니켈 비중을 높이는 배터리 개발이 이뤄지면서 코발트 가격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배터리 업계는 코발트 공급이 정치적 불안에 따라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코발트 함유량이 낮은 배터리 제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 시장조사기관 아담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기차 배터리의 니켈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 같은 추세에 불을 붙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5월 2일(현지시간) 모델3 차량의 배터리 내 코발트 함유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머스크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코발트 배터리의 비중을 계속해서 낮추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테슬라에 이어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을 비롯해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8대 1대 1인 ‘NCM811’ 배터리를 채택한 점도 코발트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니켈 함량이 많을수록 원가 절약은 물론 에저지 밀도가 높아져 한 번 충전으로 더 많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등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해당 배터리를 사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니켈 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니켈 가격은 향후 배터리 업계 수익성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코발트와 함께 가격 상승세를 보였던 리튬 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2015년 하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확대로 향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가격이 올랐던 점과 대조적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2015년 10월부터 탄력받기 시작해 1kg당 40위안 선에서 2017년 11월 155위안까지 뛰었다.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광산업체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섰다. 호주에서는 2017년 이후 6개의 리튬 광산이 새롭게 문을 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시 리튬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리튬 가격은 지난 13일 1kg당 58위안을 기록해 약 2년 만에 63%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발트·리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정책도 바뀌었다. 중국 경기 둔화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코발트, 리튬 시장은 더욱 크게 흔들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중대형 전기차 보조금은 늘리고 소형 전기차 보조금을 줄였다. 이에 중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던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정책 시행 이전에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면서 리튬과 코발트에 대한 수요는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작년 6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핵심은 중대형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늘리고, 소형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축소한다는 것이다"며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중소형차 위주로 구성됐는데, 보조금 정책이 바뀌면서 전기차 업체들이 보조금 축소 시행 이전에 전기차 생산을 늘리며 밀어내기 전략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여파로 발생한 일시적인 수요 절벽으로 인해 리튬, 코발트 수요가 줄고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경기 둔화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점도 리튬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경우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리튬의 공급 증가세가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를 계속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향후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리튬과 코발트 가격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필수원료인 리튬과 코발트는 2016~2018년 가격이 각각 170%, 300% 이상 급등하면서 신규 프로젝트를 촉발했고,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라며 "다만 전기차 수요 증대로 리튬과 코발트 가격은 장기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코발트의 경우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앞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글렌코어는 코발트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성 감소로 올해 말부터 무탄다 광산의 채굴을 중단하겠다고 이달 초 밝혔다. 글렌코어는 지난해 글로벌 코발트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이며, 무탄다 광산은 세계 최대의 코발트 광산이다. 지난해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약 20%가 이곳에서 채굴된다.

실제 코발트 가격은 최근 들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발트 가격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톤당 2만 6000달러를 기록하는 등 2016년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폭락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최근 톤당 3만 달러선을 다시 돌파했다. 코발트 가격이 3만 달러선을 돌파한 것은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와 관련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글렌코어의 감산 결정은 코발트 가격 바닥 신호"라고 판단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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