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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방안의 코끼리가 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7.25 10:37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문제이지만 책임 논란이 일어나고 문제가 확산되는 것이 싫어서 어느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문제를 ‘방안의 코끼리’라고 부른다.

지금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문제가 딱 방안의 코끼리다. 지난 18일에는 ‘탈원전반대 서명 50만 명 돌파 국민보고대회’가 있었다. 지난 1월에도 33만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였으나 한참이 지난 뒤에 ‘산업통상자원부에 문의하라’라는 책임전가 답변만 돌아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무회의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안하고 공약을 그대로 정책으로 포장갈이만 해버린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해버렸다.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시 청와대와 정부로 문제를 되돌리고 있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한수원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을 하면 취소가 확정되지만 1년째 의결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을 다시 한수원 이사회로도 넘기고 있다. 한수원 최고 경영자는 "보류된 상태가 해제되는 것은 저희에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로드맵이라는 정부지침에서 제외한 것을 임으로 풀 순 없다. 국회와 정부가 협력을 해주셔서 좋은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여기서 좋은 결정이란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해석으로 보인다. 여하간 공을 다시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정부와 국회로 넘기는 꼴이다.

이렇게 뺑뺑이 돌듯이 문제의 논의와 해결을 미루고 모른척하는 동안 신한울 3,4 건설 중지와 탈원전의 여러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첫째 원자력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이 무너져가고 있다. 원전설계회사 매출과 하도급 발주가 급감했고 두산중공업의 90여 개 주요 협력업체는 절반가량이 구조조정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PS의 자발적 퇴직자도 2015~2016년 170명에서 2017~2018년 264명으로 급증했다. 인력과 공급망이 무너지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운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건설이 중단된 울진지역의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원전해체산업을 띄우고 있지만 해체는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마지막에 필요한 절차일 뿐이며, 규모로도 건설과 운영에 비해서는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둘째 원자력 미래세대에도 문제가 미치고 있다. 아직 미래 원자력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원자력공학을 희망하고 지원하고 있지만 탈원전 정책이 수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2015년 24명에서 2018년 56명으로 늘어나고 있어 미래 원자력 기술개발의 인력수급에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탈원전을 고수할 경우 닥쳐올 전력요금 인상요인도 이미 실적으로 확인했다. 최근 2년간 원자력 발전량이 줄면서 한전은 이미 전기 요금 인상 압박을 받고 있고, 적자 누적과 가스 등 화석연료 편중이 늘어 장기적으로 안정적 전력공급기반도 약화되고 있고 송배전에 투자할 여력도 상실하고 있다. 2018년 전력단가는 kWh당 원자력 62원 LNG 121원 태양광 174원이었다. 원자력을 줄이고 태양광과 LNG를 늘리면 요금을 올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2017년 7조1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한전이 지난해 1조1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은 원전발전량 감소와 가스가격 인상이었다. 원자력을 줄이고 태양광과 LNG가 늘어난 미래를 이미 본 것이다.

넷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 현재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증설될 태양광 및 풍력 설비를 모두 건설하고도 3,410만 톤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안전성을 확인한 원전의 계속운전을 추진하면 3,410만톤 추가감축은 저절로 해결된다. LNG를 더 늘려서 추가 감축하는 것에 비해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LNG로 감축할 것을 신한울 3,4로 감축하면 연간 1조3천억원정도 비용이 절약된다.

다섯째 국제적으로 대한민국 원자력의 위상이 매우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탈원전의 이유가 다른 것도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이라는데 무슨 수로 우리 원자력발전소를 해외에 팔수가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지만 해당국가에서는 경제성이 있으니 사라고 하면 일면 이해는 할 것이다. 그런데 위험해서 더 이상 안하겠다는 나라의 물건을 어떻게 사라는 것인가. 이미 UAE는 대한민국 없는 원자력운영을 생각하고 있고, 정비계약 축소 등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위의 모든 것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정부도, 한수원도, 한전도 방안의 코끼리가 없는 척 하고 있다. 코끼리는 뻔히 보이지만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안에 코끼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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