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퍼 빈야드, 새 와인 '파운더스 패스' 시음회 개최
2023 빈티지 와인…8000병 전량 한국에서만 판매
쉐이퍼 빈야드 “최근 한국서 와인 매출 48% 증가"
▲알렉산더 록펠러 쉐이퍼 빈야드 브랜드 어드바이저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WSA 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쉐이퍼 빈야드와 파운더스 패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송민규 기자
“쉐이퍼에서 42년간 와인을 만들었지만 2023년은 유니콘 같은 해였습니다. 서늘한 날이 오래 이어져 10월 말이면 끝나던 수확이 11월까지 갔고, 제가 만든 어느 빈티지보다 한 달이 길었습니다."
엘리아스 페르난데스 쉐이퍼 빈야드 와인메이커는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WSA 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새 와인 '파운더스 패스'에 사용한 포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원격으로 서울 시음회에 참석했다.
신세계L&B는 알렉산더 록펠러 쉐이퍼 빈야드 브랜드 어드바이저의 방한에 맞춰 이날 시음회를 열었다. 록펠러 어드바이저가 와인을 직접 소개했고, 레드 숄더 랜치 샤도네이 2023을 시작으로 TD-9 2023과 원 포인트 파이브 2021이 차례로 잔에 담겼다. 파운더스 패스 2023은 마지막 잔으로 나왔다.
신세계L&B에 따르면 파운더스 패스는 쉐이퍼가 1972년 설립 이후 처음 선보인 익스클루시브 라인이다. 전 세계에 8000병만 생산했고 모두 한국에서만 판다. 김현빈 신세계L&B 바이어는 “쉐이퍼와 가장 먼저 소통하면서 한국이 먼저 선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운더스 패스는 나파밸리 스택스 립과 아틀라스 피크의 포도를 절반씩 담은 2023 빈티지 와인이다. 쉐이퍼는 2023년의 따뜻한 낮과 서늘한 밤, 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아틀라스 피크의 화산성 토양이 더해져 와인에 응축감과 구조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블렌딩은 카베르네 소비뇽 95%에 메를로 4%, 말벡 1%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을 거친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5.3%다.
신세계L&B는 쓱데이 행사 시즌을 맞아 파운더스 패스를 9만9000원에 단독 출시했다. 숙성 방식은 원 포인트 파이브와 같지만 가격은 그보다 낮게 잡았다. 김 바이어는 “가격 대비 품질이 어마어마한 와인을 대중적인 가격에 내놓게 돼 사실 마음이 아팠다"며 “그래도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WSA 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시음회에 나온 쉐이퍼 빈야드 와인. 왼쪽부터 원 포인트 파이브, TD-9, 파운더스 패스, 레드 숄더 랜치 샤도네이. 사진=신세계L&B
페르난데스 와인메이커는 “한국을 위해 만든 새 와인 파운더스 패스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1972년 쉐이퍼 빈야드를 세운 존 쉐이퍼를 기리는 와인을 만들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1984년 쉐이퍼에 합류한 그는 올해 42번째 수확을 맞았다.
파운더스 패스는 '창립자의 길'이라는 뜻이다. '창립자의 길'이라는 이름에는 존 쉐이퍼의 꿈이 담겼다. 1972년 스택스 립의 가파르고 돌이 많은 언덕을 직접 개간해 와이너리를 일군 그는 고지대에서 나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싶어 했다. 쉐이퍼는 파운더스 패스가 그 꿈을 잇는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록펠러 어드바이저는 “고도가 높은 아틀라스 피크는 얇은 화산성 토양에서 알이 작고 응축된 포도가 난다"며 “스택스 립 포도는 쉐이퍼 와인의 바탕이자 뼈대로, 두 포도가 서로 균형을 잡아 우리가 강조하는 마운틴 프루트의 개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존 쉐이퍼는 부르고뉴와 보르도를 둘러보고 최고의 와인이 언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비전이 그를 이 길로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파운더스 패스라는 이름은 김 바이어의 제안에서 나왔다. 김 바이어는 “쉐이퍼가 새 포도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엘리아스 씨와 양조 방향을 함께 의논했다"며 “신세계의 자본이 더해져 쉐이퍼가 좋은 포도를 얻고 그 포도로 좋은 와인을 만들게 된 것이 파운더스 패스의 동기이자 쉐이퍼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음한 와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레드 숄더 랜치 샤도네이, TD-9, 파운더스 패스, 원 포인트 파이브. 사진=송민규 기자
시음은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했다. 레드 숄더 랜치 샤도네이 2023은 쉐이퍼가 서늘한 카네로스에서 만드는 샤도네이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 40%와 스테인리스 스틸 배럴 60%에 나눠 9개월 숙성했고, 발효에는 야생효모를 썼다. 잔에 따른 레드 숄더 랜치는 초록빛이 살짝 도는 옅은 레몬색을 띠었다. 젖산발효를 거치지 않아 산도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잔을 들자 살구 향이 먼저 올라왔다. 입에서는 시트러스와 열대과일의 산뜻한 신맛 뒤로 옅은 떫은맛이 따라왔다. 잠시 입안에 두자 설명에 나온 부싯돌 같은 미네랄이 느껴졌고, 이 미네랄은 살구 향과 함께 피니시까지 이어졌다.
TD-9 2023은 존 쉐이퍼가 언덕을 개간할 때 몰던 트랙터 이름을 땄다. 서던 풋힐스와 리지백 포도밭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한 와인이다. 잔에 따른 TD-9는 루비빛을 띠었다. 입에 닿자 미네랄과 짭짤한 맛이 먼저 드러났고, 떫은맛 없이 넘어갔다. 피니시는 가볍게 지나가는 듯하다가 잼 같은 향이 스치고 오래 남았다.
원 포인트 파이브 2021은 존 쉐이퍼와 아들 더그 쉐이퍼, 즉 '한 세대 반'이 함께 일군 성과를 이름에 담았다. 짙은 색의 와인에서는 블랙체리 같은 과실 향이 지배적이었고, 그 사이로 커피 향이 옅게 지나갔다. 머금은 뒤에는 단 향이 살짝 돌았지만 맛은 달지 않았고, 미네랄과 약간의 짭짤함이 남았다. 타닌과 바디감이 있되 어느 쪽도 무겁지 않았고, 피니시에는 과실 향이 이어졌다.
마지막 잔인 파운더스 패스는 앞의 세 잔과 결이 달랐다. 미네랄감은 한결 옅었고, 그만큼 가볍고 화사한 과실 느낌이 앞에 섰다. 블랙베리 계열의 향에 향신료가 살짝 얹혔다. 타닌은 실키하게 넘어갔고 여운은 길게 남았다. 네 잔 가운데 균형이 가장 잘 잡힌 와인이었다.
쉐이퍼 빈야드는 존 쉐이퍼가 1972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에 세운 와이너리다. 6년 뒤인 1978년 첫 카베르네 소비뇽 빈티지를 냈고, 지금은 242에이커(약 98헥타르)의 자사 포도밭을 쉐이퍼 팀이 직접 경작한다. 대표 와인 힐사이드 셀렉트는 2001년 이후 100점을 받은 빈티지만 9개다. 신세계그룹은 2022년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했고, 국내에서는 계열사 신세계L&B가 수입·유통을 맡고 있다.
▲알렉산더 록펠러 쉐이퍼 빈야드 브랜드 어드바이저가 파운더스 패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신세계L&B
록펠러 어드바이저는 가문과 와인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우리 가문은 수십 년간 고급 와인을 모아 왔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친척인 데이비드 록펠러가 미 육군 정보장교로 프랑스에서 일하면서 조셉 드루앵 가문과 가까워졌고, 이후 그 가문이 해마다 와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인연이 캘리포니아 고급 와인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져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의 성장도 파운더스 패스 출시 배경으로 꼽혔다. 김 바이어는 “한국 시장이 2~3년 동안 크게 성장했고 쉐이퍼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말했다. 록펠러 어드바이저는 “(쉐이퍼 빈야드의 국내 와인 매출이) 최근 48% 성장했고 우리에게도 이정표"라며 “파운더스 패스 출시도 이 성공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판매가 특히 좋다"며 “한국 같은 시장이 우리 와인과 노력을 받아들여 줘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김 바이어는 “양사가 이익을 줄이면서까지 이 와인이 자리 잡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내년에는 2025 빈티지가 나올 예정이고,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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