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폭락했다.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시장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기대를 모았던 추가 주주환원 정책마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대조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3.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95조2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9%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75조1361억원으로 514.6%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배 급증했으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약 99%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장 대비 4.13% 하락한 2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24만9000원(2.89%)까지 올랐으나 하락 전환했다. 오전 한때 22만6000원(-6.6%)까지 떨어지면서 전날 정규장 저점인 22만8000원을 밑돌기도 했다.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장 대비 2.62% 오른 15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쳐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이 실망 매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약 2%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금융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를 인용해 DS 부문의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예상치가 107조3000억원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사진=N페이 증권)
여기에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추가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고 있다. 3분기 현금배당 30조원을 포함해 올해 집행·확정된 금액은 35조원이다. 남은 재원은 55~75조원으로,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차기 주주환원 정책 역시 이때 발표할 계획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날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아몬트파트너스의 롭 리 매니징파트너는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내년 1월로 미룬 것은 실망스럽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이는 향후 몇 달 동안 주식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으로 자금을 옮길 명분을 제공한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주주환원에 대한 방향성이 더욱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전날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내놓으며 기대를 뛰어넘었지만 삼성전자는 기존에 제시한 지침에서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로이터/연합)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관측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84조4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 투입되는 자금은 7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급증한다. 내년에도 반도체 시설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급증한 이익이 실제로 얼마나 주주들에게 돌아올지 불확실해진 셈이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아시아태평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올해 설비투자를 약 60% 늘리는 만큼 막대한 이익이 생산능력 확대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될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실제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돌아갈지 의문이 남는다"며 “이 때문에 내년 1월은 삼성전자가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두 기업의 경쟁력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AI 호황의 지속 가능성과 삼성전자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과 10건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HBM 생산 물량이 2027년까지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물량이 2029년까지 완판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확보한 HBM 수요의 기간에서 2년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HBM4 등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성과를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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