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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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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햇반 30년, 비상식서 일상식으로…누적 매출 10조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26 08:00

지난해 국내외 매출 1조1000억원 넘겨 역대 최대…1996년 출시 후 30년 누적 10조원

잡곡밥 비중 30% 넘어…12월 계란 흰자 3개 분량 단백질 담은 '단백질 잡곡밥' 출시

해외 비중 2021년 8%서 지난해 15%…부산·진천 전량 수출로 2028년 25% 목표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스무 살 때부터 혼자 살면서 한 번도 밥솥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집에 햇반을 두고 그때그때 필요한 용량과 곡물을 골라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을 예로 들었다. 1996년 비상식으로 나온 햇반은 지난해 국내외 매출 1조1000억원을 넘겼고, CJ제일제당은 이 브랜드를 2028년 연매출 1조5000억원대로 키우기로 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은 2023년 국내외 합산 매출 1조원을 처음 넘겼고, 올해 말까지 30년 누적 매출은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매출은 국내 햇반 브랜드 전 카테고리와 해외 즉석밥을 더한 소비자가 환산 기준이다.




◇ “밥솥 가져본 적 없다"…집에서 밥 안 해 먹는 가구 7%→39.6%


김 실장은 “상품밥이 곧 햇반으로 통한다"며 “햇반은 카테고리의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는 가구는 2015년 7.0%에서 2024년 39.6%로 늘었고, 가구원이 적고 연령이 낮을수록 이 흐름이 뚜렷하다. CJ제일제당이 매년 밥솥에 지은 밥과 햇반을 블라인드로 비교해 같은 품질인지 확인한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 양곡소비량조사 기준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3.9kg으로 1994년 120.5kg보다 55.3% 줄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이 지난해 사들인 국산 쌀은 6만5000여톤으로 10년 전의 3배 이상이다. 30년간 햇반에 쓴 쌀은 20kg 포대로 4300만개에 이른다. 기후변화에 강한 가공용 벼 '동행'을 자체 개발했고, 선천성 대사이상 환우를 위한 저단백밥은 2009년부터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

▲오예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CJ제일제당

◇ 그날 도정한 쌀로 30분에 4200개…30년 쌓은 특허 267건


오예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밥 제조사 중 유일하게 공장 안에 도정 설비를 두고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에 따르면 밥맛은 그보다 앞선 수확 직후 건조에서부터 갈린다. 갓 탈곡한 벼는 겉은 말라 보여도 속에 수분이 많아 그대로 두면 썩거나 싹이 트기 때문에 그날 바로 말려야 한다. 이때 서둘러 고온에서 말리면 쌀알 속에 금이 가고, 이런 쌀로 밥을 지으면 알알이 깨져 푸석해진다.


햇반 용기에 생쌀이 담겨져 있다. 사진=CJ제일제당

▲햇반 용기에 생쌀이 담겨져 있다. 사진=CJ제일제당

말린 벼를 저온에 두는 이유도 같다고 오 연구원은 설명했다. 보관 온도가 높으면 벼 속 수분이 조금씩 빠져 이듬해 여름쯤에는 바싹 마른 쌀이 물에 닿는 순간 갈라진다. 그래서 CJ제일제당 연구원들은 수확철마다 산지 수매 현장을 돌며 포대의 수분을 재고, 여름에는 창고 온도를 직접 확인한다.


공장은 이 쌀을 현미로 들여와 15℃ 저온 창고에 뒀다가 그날 도정한다. 쌀겨가 벗겨진 순간부터 수분이 빠지고 기름 성분이 산화돼 묵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품종과 산지마다 쌀겨 두께가 다르고 같은 쌀도 비 오는 날 들어오면 수분이 높다"며 “그날 쌀 상태에 맞춰 도정 조건을 바꾼다"고 말했다.




무균밥 공정은 1996년 일본에서 들여왔다. 밀봉하기 전에 쌀 표면을 고온고압 스팀으로 순간 살균해 갓 지은 밥맛을 살리는 방식이다. 오 연구원은 “30년간 개량해 같은 설비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며 “햇반 특허는 배합보다 공정과 장치 특허가 많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 브랜드 특허는 해외 출원을 포함해 267건이다.


이날 공개된 진천 공장 생산라인은 용기에 쌀을 담아 고압 살균기에서 8차례 살균한 뒤 정수된 물을 채워 100℃ 취반실로 보낸다. 취반실에서는 한 번에 4200개씩 30분간 밥을 짓는다. 다 지은 밥은 반도체 공장 수준의 클린룸에서 밀봉하고, 용기째 뒤집어 15분 뜸을 들인 뒤 냉각조에서 15분 식힌다. 이어 중량·금속·엑스레이·외관 검사를 거친다. 햇반 생산팀 관계자는 “미생물 검사를 거쳐 5일 뒤 출고하고, 표본은 35℃ 가온실에 한두 달 두고 다시 검증한다"고 말했다.


진공으로 공기를 빼고 스팀을 넣는 진공가압살균 공정은 큰 고형물이 든 솥반을 가능하게 했다. 발아현미를 자체 생산하고 쌀눈을 남기는 배아 도정 기술도 갖췄다. CJ제일제당은 이 기술 축적이 잡곡밥과 솥반으로 영역을 넓힌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생산된 햇반이 실링 불량 검사 공정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생산된 햇반이 실링 불량 검사 공정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 쌀 모양 단백질로 밥 설계…미국선 2배 비싸도 점유율 11.9%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 잡곡밥은 2019년 국내 즉석밥 사업의 10%대에서 지난해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김 실장은 “국내 상품밥 시장은 5% 성장하는데 백미가 4%, 잡곡밥이 13%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내 잡곡밥 침투율은 15%로 백미의 절반이라 올라올 여력이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실장은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점유율이 미세하게 떨어지는 건 맞다면서도 무리한 가격 판촉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12월 '햇반 단백질 잡곡밥'을 내놓는다. 식물성 단백질을 쌀 모양으로 성형한 단백쌀을 넣어 한 공기에 계란 흰자 3개 이상의 단백질을 담았다. 오 연구원은 “기존 성형쌀은 고온고압 살균을 거치면 죽처럼 풀어졌다"며 “밥알 형태를 유지하는 성형쌀을 독자 개발해 한 공기에 단백질 10g 이상을 담았다"고 말했다. 소용량 '햇반 미니밥' 3종과 햇반 이름을 단 음료·아이스크림 같은 협업 제품도 라인업에 들어와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은 미국·캐나다·호주·멕시코 등 60여개국에 진출해 있고,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8%에서 지난해 15%로 늘었다. 미국 가공밥 시장은 서카나 기준 1조5000억원 규모다. 김 실장은 “미국 점유율은 11.9%이고 1위 벤스 오리지널이 45% 정도"라며 “2028년 해외 비중은 25% 안팎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미국 현지 조사에서는 응답자 34.6%가 건강한 선택지라는 이유로 쌀을 샀다. 주 1회 이상 쌀을 먹는 미국 소비자는 민텔 조사 기준 2023년 37%에서 지난해 45%로 늘었다. 김 실장은 “미국 구매층은 인구 비율대로 고르게 분포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가 장립종 쌀을 냄비에 물을 끓여 데치듯 익힌 뒤 물을 따라 버리고 먹어 왔다고 설명했다. 쌀은 고기 요리 곁에서 배를 채우는 용도였다. 김 실장은 “처음엔 교포와 아시아계가 간편성과 호기심으로 샀다면 지금은 찰진 밥이 빵을 대체하는 건강한 사이드 디시로 자리 잡았다"며 “장립종 업체는 역성장하고 단립종 업체만 성장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현지 가격이 2~2.5배 비싼데도 무균밥의 신선한 향과 색 차이를 미국 소비자가 안다"고 했다.


CJ제일제당 진천BC 전경.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진천BC 전경. 사진=CJ제일제당

미국 판매분은 부산·진천 공장에서 전량 수출한다. 장립종 햇반은 과거 한두 차례 수출했다가 이어가지 못했다고 오 연구원은 말했다. 김 실장은 우선 찰진 밥 포지셔닝에 집중하고 장립종 등 다른 곡물로 넓히는 건 그 뒤 계획이라고 했다. 동남아는 가공식품이 일상에 들어온 초기 단계라 미국·유럽을 먼저 공략하고, 쌀 요리가 많은 유럽이 다음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밥은 한식 글로벌화의 기반으로 밥이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과 식문화를 바꿀 수 있다"며 “세계인이 밥을 즐기는 방식을 변화시켜 국내외 조 단위 사업 도약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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