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22일 산업통상부 종합감사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총사업비와 예산 편성 방식을 두고 여야 의원들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김 장관이 스스로를 메가 프로젝트의 '실무 컨트롤타워'로 규정해 왔지만, 정작 사업 리스크와 예산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못 봤다", “지방정부가 판단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산업부의 역할 부재를 질타하는 장면이 이어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광주 군공항 내 미군 시설 공사와 1조5000억 원 규모 통합재정지원 사업을 거론하며 “컨트롤타워가 아무것도 모르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비판했고, 조국혁신당은 반도체 공장 용수를 외부에서 끌어오기 전에 공장 내 재이용률부터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미군 시설 문제에 대해 “국방부가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들었다"고 했고, 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5조 원 중 어디에 쓸지는 전남광주시가 판단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 野 “컨트롤타워가 몰랐나" vs 金 “국방부가 협의 중"
이날 산업통상부가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폐수 인프라 구축에 5조4000억 원이 든다는 비용 추계를 처음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자료 제출은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서 의원은 앞선 국감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 총액을 추계했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당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위원장을 통해 국회 보고를 공식 요청했고, 산업부는 종합감사를 앞둔 전날 밤 자정을 넘겨서야 인프라 구축 비용을 한 장짜리 자료로 서 의원실에 보냈다.
자료에 따르면 전력·용수·폐수 인프라 총비용 5조4000억 원은 국비 1조7000억 원, 지방비 6000억 원, 공공기관 2조 원, 기업 1조2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분야별로는 전력 1조4000억 원, 용수 3조7000억 원이다. 서 의원은 “용수 가운데 수자원공사 몫이 1조7000억 원이면 한전 부담은 2000억~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김동철 한전 사장이 언급했다가 부인한 기업과 한전의 부담 비율 8대 2를 산업부 자료가 사실상 입증한 셈"이라고 짚었다.
서 의원은 이어 “이 자료는 1단계 구축사업의 전력·용수·폐수에 한정된 것"이라며 “군공항 이전, 근린시설, 도로망, 기업 복지 인프라까지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전체 비용을 반드시 위원회에 보고해 달라.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의무"라고 요구했다. 김 장관이 “전력·용수·폐수는 산업부 예산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하려 하자 서 의원은 “이 프로젝트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 실무 컨트롤타워는 장관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사업은 임기 내에 다 완공하겠다고 하면서 예산은 차일피일 미루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위원장도 “내년도 예산 심의 전까지는 무조건 제출해 달라"고 산업부에 주문했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산업통상부 및 소관기관 종합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왼쪽)이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예산과 인프라 구축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질의을 듣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국회방송 화면
공방은 광주 군공항 내 미군 시설 공사로 번졌다. 서 의원이 “미군이 광주 공항에 580억 원 규모의 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그 내용은 못 봤다", “챙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항공유 급유시설과 철제 물탱크 보수 사업이 진행 중이고 2027회계연도 건설사업 목록에 추가 투자 계획도 있다"며 “2028년 9월 전 임시 이전을 추진한다면서 지금 짓는 시설은 몇 달 뒤 다 때려 부술 것이냐"고 따졌다. 이어 “한국 측이 현물 부담을 하는데 실무 컨트롤타워라는 장관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미군 이전 관련해서는 국방부가 책임을 지고 주한미군과 협의하고 있고,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듣고 있다"며 “사업을 신뢰하는 국민은 많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한번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은 서 의원이 요구한 총사업비 자료를 “내년도 예산 심의 전까지는 무조건 제출해 달라"고 산업부에 주문했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도 “뜯어볼수록 산업부의 역할이 부재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조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 사업은 매년 1조5000억 원씩 4년간 총 6조 원이 전액 국비로 반도체 특별회계에서 집행되는데, 산출 근거 하단에는 '활용 예시'로 향후 타당성을 검토해 확정하겠다고 적혀 있다"며 “1조5000억 원을 교부하는 사업을 구멍가게도 이렇게 편성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특히 중복 지원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1조5000억 원 중 1조 원이 부지·전력·용수·폐수 등 산업기반시설에 쓰이는데, 정부는 한전 사장의 '민간 80% 부담' 발언 이후 반도체특별법을 적용해 국가가 50~100%를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며 “그럼 통합재정지원과 특별법 지원이 겹치는데 이 중복은 누가 조정하느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부가 모아 오면 협의하겠다고 한다. PM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소득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 특례를 두고 정무위 법안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법안이 엇갈린 데 대해서도 “속도전이 아니라 소모전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5조 원 중 어디에 쓸지는 전남광주시가 판단한 것이고, 지방정부가 1조5000억 원을 특별히 여기에 쓰겠다고 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법을 전제로 통으로 편성하는 사례는 많다"고 반박했다. 다만 “컨트롤타워로서 분명히 해달라는 말씀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노동 특례에 대해서는 “산업부는 예외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종합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이 공개한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비용 자료. 전력·용수·폐수 인프라 구축에 총 5조4000억원이 소요되며, 이 가운데 국비 1조7000억원, 지방비 6000억원, 공공기관 2조원, 기업 1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국회방송 화면
◇ 에너지 분리엔 “산업과 같이 가야"…용수 재이용 주문도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에너지 정책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한 정부 조직개편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데이터센터는 1~3년이면 짓지만 전력망은 10~15년이 걸린다"며 “한전과 한수원 주무부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전 수출은 산업부로 나뉘다 보니 협업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9월 조직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냈던 입장이 지금도 같으냐는 질의에 김 장관은 “변함은 없지만 조직이 이렇게 돼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잘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장기적으로 산업과 에너지는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전 분야도 국내와 해외가 나뉘다 보니 비효율도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박 의원이 미국·일본 사례를 들며 에너지 전담 독립 부처 신설을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수소·원전 등은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에너지는 산업과 같이 가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계획이 '어디서 더 끌어올 것인가'에만 묶여 있다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인용해 “싱가포르는 2024년부터 신·증설 웨이퍼 공장에 최소 50% 물 재이용을, 대만은 하루 2만t 이상 쓰는 사업장에 공업용수 50% 이상 재생수 사용을 법으로 요구한다"며 “TSMC는 대만 공장 재이용률이 86~90%이고 애리조나 사막 공장도 2028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47%, 삼성전자는 미공시로 보고서 수치로 계산하면 두 회사 모두 41~42% 수준"이라며 “TSMC가 사막에서 하는 일을 삼성과 SK가 광주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차 의원은 현행 물재이용법상 공장 내 재이용 의무가 사용량의 10%에 불과하고, 하수 재이용수를 10% 이상 공급받으면 면제된다는 점도 짚었다. 호남 클러스터의 경우 하수 재이용수 30만t이 전체 용수 수요 65만t의 46%에 달해 공장 내 재이용 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차 의원은 연말 확정되는 반도체 기본계획과 호남 클러스터 투자협약에 재이용률 목표와 시설 설치를 담고, 대규모 산업 수요자에 물 재이용 관리 의무를 지우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장관은 “기업들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연말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대규모 산업단지 물 재사용 방안을 같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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