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전지성 기자
열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재생열 공급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표면화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난방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도시가스사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통상부는 연료만 공급하는 사업자에게 열 공급 의무를 지우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사가 본격화할 경우 '누구에게 재생열 공급 의무를 지울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도시가스업계도 현행안대로 제도가 도입되면 재생열 공급인증서 구매 비용 등이 도시가스 요금에 전가될 수 있다며 열을 직접 생산·공급하는 사업자 중심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열 생산 안 해도 의무 대상…과징금까지
김주영 의원 등 11명이 지난 6월 5일 발의한 「열에너지 관리 및 탈탄소화 촉진법안」 제27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열공급사업자뿐 아니라 '열관련 연료공급자'에게도 연간 열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열로 공급하도록 규정했다. 도시가스사업자도 열관련 연료공급자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의무 대상 규모와 공급 비율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이행 방법은 자체 설비를 통한 공급뿐 아니라 열구매계약, 무탄소연료 혼입, 재생열 공급인증 실적 구매·제출 등으로 열어뒀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족분에 해당 연도 기준가격의 150%를 곱한 금액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최초 적용 연도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대 3년 동안 과징금 부과를 유예하는 규정도 담겼다.
◇ 기후부 “도시가스도 탈탄소 동참해야" vs 산업부 “열 안 만드는데 열 공급 의무 모순"
기후부는 도시가스사업자도 난방 부문 탈탄소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주택·건물 난방에서 도시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연료공급자를 통해서도 탈탄소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도 도시가스 보급률이 약 84.2%에 달하는 만큼 도시가스사업자 역시 사회적 책무를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기후부 의견이 담겼다. 청정연료 혼입뿐 아니라 투자와 실적 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후부는 구체적인 의무 부과 방식과 이행 수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판단은 다르다. 산업부는 도시가스사업자가 열을 직접 생산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열 생산자에게 연료를 공급하는 사업자인 만큼 재생열 '공급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는 도시가스사업자가 열을 직접 생산·공급할 수 없는데도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모순적이고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연료공급자가 아닌 발전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무탄소연료 혼입 등의 이행수단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관련 비용이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될 경우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보다는 이를 이용해 실제 열을 생산하는 발전소나 열 생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기후부와의 핵심적인 입장 차이 역시 탈탄소화 필요성 자체가 아니라 '누구에게 의무를 부과할 것인가'에 있다고 밝혔다. 양 부처는 현재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다.
◇ 도시가스 업계 “인증서 비용 결국 요금에 반영"
한국도시가스협회 역시 산업부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16일 본지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직접적인 재생열 공급 의무를 부과하기보다 열을 실제 생산·공급하는 주체를 중심으로 의무체계를 설계하도록 법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체적으로 재생열을 생산하기 어려운 도시가스사업자는 재생열 공급인증 실적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따른 비용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지역난방 부문의 비용 상승이 전기·열 요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협회는 현재로서는 제도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요금 인상 폭을 산정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 법안 쟁점 '누가 얼마나 책임지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의무 대상뿐 아니라 의무량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할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래픽=김윤정 인턴기자
국회 검토보고서 역시 열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연료공급자를 의무 대상에 포함하면서 기준을 '연간 열공급량'으로 설정할 경우 도시가스사업자의 의무량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법안 외에도 위성곤 의원안 등 열에너지 관련 법안 4건이 함께 회부돼 있어 병합 심사가 예상된다. 향후 심사에서는 난방 부문의 탈탄소화 필요성뿐 아니라 열 생산자와 연료공급자 사이의 책임 배분, 소비자 요금 부담 등을 놓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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