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인천 대형 상업시설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4일 인천 남동구 다중 이용시설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 범죄의 대다수가 노상이나 쇼핑몰 등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연초부터 특별 대응 계획을 가동했음에도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막지 못해 현장 대응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집계를 시작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146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집계됐다. 건수 자체는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매년 4명에서 5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살인미수와 상해·폭행 사건도 매년 각각 최대 20건, 37건씩 이어졌다.
전체 146건 중 127건에 해당하는 87.0%가 노상,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다중밀집장소와 상점 등 대중이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났다. 범행 도구가 사용된 경우는 85건으로 58.2%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칼 등 날카로운 예기를 사용한 비율이 69.4%로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범죄의 위험성은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의자인 59세 최충락은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은 채 시민 10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은 경찰 예방 시스템
경찰의 사전 예방 시스템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최충락은 지난달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지난 4일 입건된 위험성 평가 대상자였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총점 14점으로 높은 수준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에서도 재범 위험성 중간 수준인 15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시위 팻말에 구멍을 뚫었을 뿐 시민을 위협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범죄 분석과 평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월 이상동기 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대상 선별, 범죄분석 평가, 결과 활용의 3단계 대응체계를 마련했으나 현장에서 무력화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가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실린 이상동기 범죄 위험징후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판결문 82건 중 가해자의 약 78.0%가 전과자였으며 이 가운데 동종 전과 비율은 87.5%에 달했다. 특히 살인으로 이어진 범죄의 68.4%는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연구진은 명확한 위험 징후와 특유의 패턴이 존재하는 만큼 고위험군을 선별해 즉시 대응과 추적 관찰을 수행하는 현장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상동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마련한 대응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실질적인 범죄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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