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한국의 잠재성장률 반등 전망을 표현한 이미지. 국제통화기금(IMF) 지표를 역산한 잠재성장률은 올해 2.14%, 내년 2.20%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고용과 건설 경기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이미지=AI 생성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성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장기 성장 여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잠재성장률이 내년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기관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고용과 내수, 건설 경기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18일 국제통화기금(IMF)가 10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토대로 역산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2.14%, 내년 2.20%로 추산됐다. 지난해 1.94%에서 올해 0.20%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내년에도 0.06%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것이다. 전망대로라면 이른바 '3저 호황'이 이어졌던 1986~1987년 이후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토대로 추산한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GDP 갭률 추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5년 1.94%에서 2026년 2.14%, 2027년 2.20%로 2년 연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AI 생성·IMF 자료 기반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다. 이번 수치는 IMF가 직접 발표한 잠재성장률이 아니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GDP 갭률 전망치를 토대로 역산한 결과다. IMF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을 각각 3.33%, 2.83%, GDP 갭률은 각각 0.548%, 1.168%로 제시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2010년 4.05%였던 잠재성장률은 2018년 2.97%로 낮아졌고 코로나19 충격이 발생한 2020년에는 1.28%까지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투자 둔화, 생산성 정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반등 전망의 배경으로는 반도체 투자 확대와 AI 기술 확산이 꼽힌다. 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와 생산 설비 투자가 수출과 설비 투자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AI 기술 도입 역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IMF는 지난 1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7%포인트 높은 3.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0.3%포인트 높인 2.8%로 제시했다. 반도체 중심의 강한 대외 수요가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올해와 내년 모두 7위로 추산됐다. 지난해 12위에서 5계단 상승한 것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미국뿐이다. 영국은 올해 1.29%, 내년 1.26%, 일본은 각각 0.82%, 0.84%, 독일은 0.64%, 0.70%로 한국보다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 3.62%에서 2025년 1.85%, 2026년 1.66%로 하락했으며, 2027년에는 1%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AI 생성·OECD 자료 기반
다만 주요 경제기관의 전망에는 차이가 있다.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85%, 올해 1.66%, 내년 1.52%로 추산했다. IMF의 10월 전망을 활용한 역산 결과와 달리 성장 여력이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표한 '2027년 NABO 경제전망'에서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14%에서 올해 2.22%, 내년 2.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OECD는 지난 7월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건설업과 다른 제조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대외 충격과 경기 변동에 대한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시장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난다.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생산과 수출이 늘더라도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OECD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특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 경기 역시 반도체 공장 증설과 첨단산업 시설 투자가 비주거용 건설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주택 건설과 지방 건설업계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첨단산업의 투자 확대가 전체 건설투자 지표를 개선하더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역별 건설 경기 부진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국민소득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MF 전망을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4만3512달러, 내년 4만9277달러를 거쳐 2028년 5만2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잠재력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며 3대 메가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중장기 성장 여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상이 엇박자라는 지적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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