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고(사진=로이터/연합)
국내 시가총액 1위이자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도 횡보세를 이어가자 주요 외신들이 그 배경과 향후 주가 향방을 잇달아 조명하고 있다.
7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8일 예정된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약 9배 증가한 규모다. 매출도 134% 급증한 201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가 인용한 LSEG 전망치에서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6조1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2조1700억원과 비교하면 역시 약 9배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전체 실적을 사실상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110조원에 달해 스마트폰과 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손실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됐다.
◇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 27%↓…시장은 '이것'에 주목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사상 최대 실적 자체보다 현재의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만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장기간 이어지고 현재의 높은 제품 가격을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아몬트 파트너스의 롭 리 매니징 파트너는 “중요한 것은 실적의 규모라기보다 지속 가능성"이라며 “시장은 이제 분기 실적 자체보다 2027년과 2028년 전망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37만4500원에서 전날 27만2000원까지 약 27% 하락했다. 이날에도 장중 한때 27만9500원까지 오르며 전장 대비 2.57% 급등했지만 오후 12시24분 기준 27만2000원으로 내려앉으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 7월 발표된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와 지난 8월 공개된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에도 주가는 좀처럼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분기별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이. 검은색은 추정치.(단위=1조원, 사진=블룸버그)
메모리 반도체 산업 특유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커진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재의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202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고성능 서버 수요 증가 속도를 메모리 반도체 공급 확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오랜 호황·불황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반도체 관련주들은 전례 없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를 계기로 이러한 기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부각됐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빠듯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주가는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이후 6일(현지시간)까지 약 2% 하락한 1045.56달러에 머물고 있다.
리 파트너는 마이크론의 전망과 관련해 “시장이 이를 믿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삼성전자 경영진이 2027년과 2028년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치로 615억달러를 제시해 시장 예상치인 약 57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CLSA증권코리아의 산지브 라나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현재의 강한 수요와 가격 상승세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메모리 산업이 과거 반복적으로 큰 폭의 실적 변동을 보여온 만큼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에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 추이(사진=트레이딩뷰)
◇ D램 가격 상승폭 급감 전망…장기계약도 '양날의 검'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이미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그동안 실적 방어를 위해 강조해온 '장기 공급계약'이 오히려 향후 반도체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전체 메모리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장기 공급계약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에이브릴 우 수석부사장은 “장기 공급계약이 반도체 공급업체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 계약에는 가격 상단을 제한하는 장치가 포함돼 있어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렌드포스는 범용 D램의 계약가격이 올해 4분기 전 분기 대비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분기 약 60%에 달했던 가격 상승폭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라나 애널리스트도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사전에 정해진 가격 체계를 적용하는 장기계약을 통해 실적이 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추가로 오를 여력이 낮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우 수석부사장은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소비자용 전자제품 전반의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반도체) 가격 인상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원화 14% 급등·중국 추격도 부담…자사주 매입 종료도 변수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강세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도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과 주가를 둘러싼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은 최근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부담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원화 가치는 올해 3분기 달러 대비 14.3% 상승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화 매출과 이익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 상대적으로 저사양 제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을 계기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서밋인사이트그룹의 킹가이 챈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업계 조사 결과 점점 더 많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중국산 D램과 낸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말부터 실시해온 자사주 매입이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라는 점도 주가 수급 측면의 부담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자사주 매입이 삼성전자 주식에 꾸준한 매수 수요를 제공해온 만큼 매입이 종료되면 이 같은 수급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 HBM4로 SK하이닉스 추격…점유율 20%→34% 전망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다만 삼성전자에 상승 동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 지연 등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졌지만 올해 들어 최신 HBM4 제품 출하량을 늘리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힐지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JP모건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0%에서 올해 34%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60%에서 46%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HBM4e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추가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의 김민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삼성전자가 HBM4e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며 “삼성전자에도 몇 가지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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