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효순

anytoc@ekn.kr

박효순기자 기사모음




[박효순의 메디피셜] 식약처, 불법-부정 임상시험 허가자료 공개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06 14:00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코로나19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에 연루된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교수가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에 처해졌다.


이 대목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사실은 당시 대표이던 강 교수 및 회사가 2021년 1~10월 사이 코로나19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 누락' 등 허위 내용을 담은 자료를 제출해 특허청 특허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혐의를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한 점이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의 임상 2상은 2022년 국내에서 환자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이 사건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부작용에 관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거나 허위인 자료를 제출해 특허와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이라며 “피고인은 나아가 김승원을 통한 임상시험 승인 알선 대가로 6억원을 지급하며 정상적인 거래처럼 가장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 미공개 중요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또한 “피고인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대학교수로, 의약품 개발이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쳐 생명 안전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만큼 높은 주의가 필요함에도 이를 저버리고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만을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연구 윤리를 위반한 동기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제넨셀의 신약 개발 가능성을 부풀려 주가를 높여 큰 이익을 내려는 것이었다"면서 “주식을 산 이들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가히 '제넨셀 게이트'라 부를 만한 이번 사건은 돌연변이가 발생한 항체치료제를 백혈병 환자들에게 투여한 국책 연구과제의 불법성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다름 아닌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업-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국책연구의 부정·불법 의혹이다.


이 신약개발 사업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임상 1상이 진행됐다. 금호HT에 합병된 신약개발 벤처기업 다이노나가 사업 주체이며, 범부처 국책연구비 20억 2000만원을 포함해 약 40억 4000만원이 들어갔다.


당시 연구책임자는 현직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정경천 주임교수(서울대병원 병리과 과장)이다. 정 교수는 2016년 4월 8일 단백질 돌연변이 발생 및 중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사실을 스승인 당시 박성회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수의 추궁 끝에 실토했다. 박 교수는 즉각 임상중단을 지시했으며, 결국 그 해 7월 말 임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조기 종료됐다.


그런데 급성백혈병 환자들에게 투여된 약제에서 단백질 변형이 생겼다는 사실을 그 전에 알고도 1년 이상 임상을 계속하는 심각한 임상연구 윤리 위반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경향신문'의 끈질진 취재 끝에 드러났다. 정 교수는 “더욱이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DLT(투여제한독성)까지 발생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다이노나 대표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후 국책연구비 중 약 18억원이 반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사유에 대해서 국가신약개발재단(당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까맣게 아무 것도 모르던 보건복지부, 식약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등 관계 기관들은 임상시험 주체의 불법·부정행위가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무슨 '켕기는(?)' 일이 있었는지 거의 하나 같이 무대처나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동 건의 임상시험 대상자 안전과 관련하여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실사한 결과 시험약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반응 또는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동 건의 처분 가능성은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행정처분의 실효성이 없다는 법률자문 의견이 있었습니다."


위 내용은 2023년 8월 초 돌연변이 의약품을 알고도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시험 부정·불법 의혹에 대해 약 100일 만에 나온 식약처 임상정책과의 입장이다. 솜방망이도 이런 솜방망이가 없다.


임상시험 치료제의 돌연변이를 모두에게 숨긴 채 생명이 스러져 가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투여한 행위는 천인공노할 범죄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주장하는 법조계 의견도 있을 정도의 중대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의 열쇠는 있다. 제넨셀 사건이든 다이노나 사건이든 식약처가 당시의 임상시험 허가 자료를 공개하면 될 일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