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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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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도 난립하는 ‘정치 현수막’…시민 피로감은 여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23 16:09

2022년 규제 완화 후 거리 곳곳 등장…2024년 읍·면·동별 2개 등 제한에도 체감 불편 지속
안전·미관 이어 폐기물 문제까지…“규제와 함께 정치권 자정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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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 번화가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 여야 주요 정당의 정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도심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명절 인사와 함께 정치 구호와 현안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주요 교차로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면서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명절 분위기를 알리는 현수막이 정치적 메시지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명절 인사부터 정쟁 메시지까지…교차로마다 빼곡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수막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시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과 정치인들이 활용해 온 대표적인 홍보 수단이다. 특히 선거가 없는 시기에도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알릴 수 있어 정당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높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 정치인들은 주요 지역에 명절 인사 현수막과 현안 관련 현수막을 잇달아 내걸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중구·성동갑 당협위원장은 왕십리광장 일대에 추석 인사 현수막과 현안 관련 현수막을 나란히 게시했다.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현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함께 설치됐다.


한 현수막에 명절 인사와 정치적 슬로건을 함께 담은 사례도 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절 인사와 함께 '민생 개혁·성장 전환·미래 투자'라는 문구를 넣었다. 해당 문구는 지난 8월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개최한 워크숍에서 제시한 슬로건과 동일하다.


2022년 규제 완화 후 급증…2024년 다시 제한 강화

정당 현수막이 거리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배경에는 법 개정이 있다.


2022년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알리기 위해 설치하는 현수막에 대해 허가·신고 및 일부 금지·제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했다. 정당 현수막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 것이다.


이후 현수막 난립과 안전 문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법은 다시 개정됐다. 2024년 개정된 현행법은 정당 현수막을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하고, 보행자나 교통수단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읍·면·동 면적이 100㎢ 이상인 경우에는 1개를 추가할 수 있다.


시행령에 따라 게시 기간도 15일로 제한된다. 어린이보호구역과 소방시설 주변은 설치가 금지되고, 교차로나 횡단보도 주변에서는 현수막 아랫부분을 지면에서 2.5m 이상 띄워야 한다.


하지만 법적 제한이 생겼다고 해서 현수막을 둘러싼 논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설치된 현수막까지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 자체 규제에도 한계…“법이 허용한 범위 어디까지인가"

지자체들도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일부 지자체는 게시 수량을 제한하거나 지정 게시대 활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상위법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조례로 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24년 부산시가 정당 현수막의 게시 수량과 지정게시대 설치 등을 별도로 제한한 조례안과 관련해,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 기준을 법률의 위임 없이 조례로 더 엄격하게 정하는 것은 법률우위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정당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관련된 규율은 입법자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현수막 문제는 단순히 '많이 걸린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시민의 안전·생활환경 사이에서 어느 수준까지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진다.


행정안전부 역시 올해 추석을 앞두고 9월 1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지방정부와 함께 불법 현수막 집중 정비에 나섰다. 규정 위반 정당 현수막과 미신고 명절 인사 현수막,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장소에 설치된 현수막 등이 점검 대상이다.


즉 정당 현수막이라고 해서 모두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 정한 설치 개수·장소·기간 등을 지키지 않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에는 정비 대상이 된다.


짧게 쓰고 버리는 현수막…폐기 부담도 과제

ㅇㅇ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오거리에 걸려있는 정치 현수막.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현수막은 설치 이후 폐기 과정에서도 부담을 남긴다.


현수막에는 폴리에스터(PET)와 폴리염화비닐(PVC),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 계열 소재가 사용되며, 인쇄된 잉크와 소재 특성 등으로 인해 재활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폐현수막은 소각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최근에는 폐현수막 재활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전국 폐현수막 발생량은 4971t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재활용량은 2418t으로 재활용률은 48.4%였다. 다만 이 통계는 지자체가 수거한 물량을 기준으로 집계돼 실제 발생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서울시 역시 폐현수막을 부직포 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재활용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폐현수막 재활용 처리비용이 톤당 약 23만원으로 소각 비용 29만원보다 낮지만, 선별과 물량 확보 등의 어려움 때문에 그동안 소각이 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치 현수막의 환경 문제를 단순히 '재활용 비용이 비싸서 대부분 소각한다'고 설명하기보다는 단기간 사용되는 현수막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폐기물 처리 부담이 커지고, 재활용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


'홍보'에서 '생활정보'로…정치권의 다른 활용법도

정치 현수막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수막을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 추석 연휴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약국 정보를 담은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에 삽입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연휴 기간 병·의원과 약국 운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의원은 본지에 “정치적 현수막 역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면서도 “현수막 게시를 통해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할 수 있다면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도 대구 동구 지역에 추석 당일 문을 여는 동네 병·의원과 약국의 운영시간을 안내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에 “지정 게시대 활용을 확대하거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게첩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는 등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치권 스스로 현수막을 소모적인 정쟁 도구가 아닌 정책 경쟁과 소통의 장으로 발전시키려는 문화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와 시민 편의 사이…정치권 자율 노력도 필요

정당 현수막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와 시민의 생활환경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법적으로 허용된 정치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현수막이 반복적으로 설치돼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보행·교통 안전에 영향을 줄 경우 시민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현수막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현재의 제도 논의 역시 현수막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설치 개수와 장소, 기간, 안전기준 등 객관적인 기준을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대법원 역시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율은 정당활동의 자유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법률에 의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제도적 규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권 역시 현수막의 노출 효과만을 따지기보다 시민들에게 실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과 도시환경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 현수막의 목적이 정치와 국민 사이의 접점을 넓히는 데 있다면, 시민들이 이를 불편한 광고물로 인식하는 순간 그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현수막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와 함께 정치권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시민과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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