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먹방과 다이어트 유튜버들이 잇달아 수익 창출 중단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튜브의 섭식장애 관련 광고 기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새 영상 업로드를 멈추거나 기존 영상 수백 편을 삭제하는 등 채널 운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영상을 직접 차단하지 않고 광고 수익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콘텐츠 제작 유인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독자 44만여 명의 유튜버 '살빼조'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 창출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영상에서 제재를 받을지 몰라 영상 업로드도 중단하고 있다"며 소속사와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구독자 10만여 명의 먹방 유튜버 '미소'도 지난 15일 공개한 영상에서 지난 3월 말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의 수익 창출 기능이 일시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후 소속사와 함께 채널 영상 632개를 전수 점검해 이 가운데 339개를 삭제하기로 했다. 미소는 체중과 식단의 구체적인 수치, 특정 식습관과 감량 방식 등을 담은 과거 영상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먹방'을 검색하는 화면을 재구성한 이미지. 사진=김나현 기자
먹방은 한국에서 시작해 해외에서도 'Mukbang'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쓰일 정도로 하나의 영상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음식 소개나 일상을 담은 영상부터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대식 먹방'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유튜브는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에서 섭식장애를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로 분류한다. 최저 체질량지수(BMI)나 체중 공개, 지나치게 마르거나 수척한 신체 노출, 폭식이나 음식 은닉, 구토와 설사약 남용, 체중 감량 상황 확인 등을 섭식장애를 유도하거나 모방할 수 있는 신호로 제시한다. 섭식장애를 명시적으로 다루면서 이런 표현이 포함된 콘텐츠에는 광고 수익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먹방이나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영상이 광고 제한 대상인 것은 아니다. 유튜브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에는 몇 인분 이상 또는 일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으면 '폭식'으로 판단한다는 정량 기준도 없다. 일반적인 대식 먹방과 섭식장애 관련 폭식을 음식의 양만으로 구분하는 기준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유튜브는 영상뿐 아니라 제목과 썸네일, 설명, 태그 등을 함께 살펴 광고 적합성을 판단한다. 콘텐츠의 맥락과 초점, 분위기, 사실성, 표현의 노골적인 정도 등이 판단 요소다. 섭식장애를 유도하거나 모방할 수 있는 신호 없이 관련 내용을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콘텐츠에는 광고를 허용한다. 회복 과정을 다룬 교육 또는 다큐멘터리 콘텐츠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제한적으로 광고가 붙을 수 있다.
이 기준이 최근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유튜브는 2023년 섭식장애 관련 정책을 손질하고 같은 해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에도 관련 기준을 반영했다. 올해 1월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를 다룬 일부 콘텐츠의 수익화 범위를 넓혔지만, 섭식장애를 중심 소재로 다룬 콘텐츠는 완전한 수익 창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튜버 '살빼조'가 지난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게시글. /사진=유튜브 '살빼조DietJo' 캡처
전문가들은 폭식을 단순히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행위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신성만 한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 폭식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먹으면서 스스로 섭취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동반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히 많이 먹는 모습만으로 폭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섭취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를 자연스러운 식행동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특히 청소년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라며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먹는 모습을 접하면 이런 식행동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거나 따라 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의 광고 제한은 크리에이터의 수익과 직결된다. YPP는 일정 요건을 갖춘 크리에이터가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참여 크리에이터는 채널 수익 창출 정책과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광고 적합성 판단에 이의가 있으면 사람의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상을 직접 막는 것보다 광고 수익을 제한하는 방식이 크리에이터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민감한 것은 결국 수익"이라며 “광고 수익을 제한하면 체감하는 타격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광고 수익 제한이 향후 콘텐츠 제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권고에 그치지 않고 광고 수익과 직접 연결된 부분을 제한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크리에이터에게 '이런 콘텐츠는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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