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술탈취 피해사례 발표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인턴기자
#고효율 방열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씨지아이'는 한화솔루션과 기술 탈취 문제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한화솔루션 측이 인수합병(M&A)을 제안한 후 실사를 명목으로 회사의 핵심 기술을 모두 받아 가고는 인수를 포기한 직후 동일 기술의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는 게 씨지아이의 주장이다.
씨지아이 관계자는 “분쟁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는데 대기업은 눈하나 꿈쩍 하지 않고 우리 회사는 청산 직전이 됐다"며 “대기업과 분쟁을 해보니 중소기업은 복잡한 행정 절차에 대응하는 것도 버겁다. 정부 안에 기술탈취근절TF를 만드는 등 피해기업이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을지로위원회 민병덕·이강일 의원과 재단법인 경청이 '기술탈취 피해사례 발표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례발표를 위해 모인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더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전자영수증 서비스 운영사 '더리얼'은 에쓰오일과 기술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을 소개했다. 더리얼은 지난 2021년부터 에쓰오일과 전자영수증 관련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2년 반 동안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다. 본계약 체결을 기대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고, 시범사업 종료 직후 출시된 에쓰오일 자체 앱에는 더리얼이 실증한 기능들이 유사한 형태로 구현됐다.
더리얼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하는 2년 반동안 에쓰오일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45만원이 전부"라며 “징벌적손해배상의 수위를 높인다고 대기업이 그걸 두려워할지 의문이다. 차라리 그보다는 기술탈취 기업의 정부 입찰 참여를 못하도록 중지시키는 게 더 압박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환경 플랜트 전문기업 엔이씨파워는 SK에코플랜트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겪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수의계약을 약속하고 기술검증(PoC)을 요구해 기술을 빼간 후, 이와 유사한 기술을 자체 개발 솔루션이라며 상용화했다는 게 엔이씨파워의 주장이다.
엔이씨파워 관계자는 “50억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공모에서 정작 우리는 떨어지고, 기술탈취 기업인 SK에코플랜트가 선정됐다"며 “국가 연구개발 과제 만큼은 기술 탈취 검증 체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디어 탈취의 경우 현행법 상 형사 처벌이 어려운데 이것도 개선해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열처리 설비 제조사인 '씨디에스글로벌'은 죽염 제조사 인산가와 8년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인산가로부터 죽염용융로를 납품하면서 준공도면을 제공했는데, 인산가가 2017년 이와 유사한 형태로 특허를 출원해 등록했다는 게 씨디에스글로벌의 주장이다. 2018년 시작된 민사소송의 2심 결과는 2023년 나왔고, 현재는 대법원의 3심을 진행 중이다. 씨디에스글로벌은 2심 결과를 기반으로 형사소송을 진행하려 했지만,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씨디에스글로벌 관계자는 “특허권 존속 기간 20년인데, 그중 10년을 소송으로 날린 셈"이라며 “또 기술 탈취 사건에서 재판 결과가 5년 안에 나오는 경우 정말 드문데 공소시효가 5년인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에게 5~10년을 버티라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며 “기술 탈취 관련 재판만큼은 신속하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신속재판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YBM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에듀테크 업체 아리스트의 사례도 등장했다. YBM의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과정에 협력하며 관련 기술을 AI 교과서 개발에 사용하도록 제공했는데, YBM이 이 계약 범위를 넘어 다른 교육자료 개발에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리스트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기술 탈취를 당했을 때 여러 부처·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피해를 호소하지 않도록 한 곳에서 신고·조사·법률·피해구제 등을 연계하는 원스톱 체계가 필요하다"며 “또 YBM이 교과서 업체인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확인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기술탈취 문제의 경우 피해기업이 초반에 여러 명의 전문가가 붙어서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술탈취 문제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강화할 것"이라며 “정부 입찰 참여 제한이나 과징금 상향도 현재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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