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연준의 긴축이 글로벌 증시에 언제부터 본격적인 충격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경기가 침체에 빠지거나 무언가가 무너질 때까지 연준이 긴축에 나서면 증시 강세장이 끝난다는 월가의 공식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두 조건 모두 나타나지 않았지만 금리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0%로 인상될 가능성을 약 70% 반영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번 FOMC에서 한 차례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 현재 증시 강세장이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증시를 본격적으로 압박한 것은 단발성 금리 인상이 아니라 연준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45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 12차례와 약세장에 근접(18~20% 하락)했던 4차례를 분석한 결과, 6차례의 약세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3차례는 경기침체 없이 금리 인상 사이클만 진행된 뒤 약세장이 나타났고, 한 차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와 맞물렸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가 모두 없었는데도 약세장이 발생한 경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금리 인상과 연계된 약세장의 경우 증시는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보다 약 8개월 앞서 고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고 해서 증시가 첫 번째 인상과 동시에 정점을 찍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번 분석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올리고 누적 인상폭이 100bp(1bp=0.01%포인트) 이상인 경우를 금리 인상 사이클로 정의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가 겹쳤을 때(분홍색) 증시 낙폭과 하락 기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뒤 경기침체가 없었던 사례(하늘색)는 상대적으로 낙폭과 약세장 기간이 짧았다. 금리 인상 없이 침체가 발생하고 증시가 약세장에 빠진 경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유일했다(보라색)(사진=블룸버그)
주목할 점은 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보다 경기 침체의 여부가 증시 하락폭과 기간을 좌우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증시 하락의 여건을 조성했다면 실제 낙폭을 키운 것은 경기침체였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기침체를 동반한 약세장에서 S&P500지수의 하락률 중간값은 36%였고, 하락 기간은 약 18개월에 달했다.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도 3년 이상이 걸렸다.
반면 경기침체가 없었던 약세장의 하락률 중간값은 28%에 그쳤고, 하락 기간도 약 8개월이었다. 사상 최고치를 다시 회복하는 데 걸린 기간 역시 2년 이내였다.
또한 1945년부터 시작된 약세장에서 증시 하락폭이 35%를 넘었던 적은 모두 경기침체를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고, 증시 고점은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약 10개월 전에 형성됐다. 경제지표를 통해 침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훨씬 전부터 증시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 투자은행들의 시각도 대체로 비슷하다.
토비아스 켈러 유니크레디트 투자전략가는 “연준의 긴축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담을 주고 금리 인상이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기업 이익 환경은 여전히 증시에 우호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현재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경제성장과 기업 실적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을 중기적인 주식시장 전망 악화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더(사진=AFP/연합)
현재 시장 상황은 과거 어느 시기와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S&P500지수는 지난달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약 3%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 경제는 아직 침체에 빠지지 않았고 연준은 약 2년째 완화 사이클을 이어왔다. 마지막 금리 인상도 이미 3년 이상 전이다.
현재와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1990년대 중반이 꼽힌다.
연준은 1995년 금리를 내린 뒤 1997년 한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추가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증시 강세장은 약 3년간 더 이어졌다.
그러나 연준이 1998년 다시 금리를 내린 뒤 1999년 중반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S&P500지수는 긴축이 시작된 지 약 9개월 뒤 닷컴버블 정점에서 고점을 찍었고, 이후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리느냐보다 앞으로 얼마나 큰 폭으로, 얼마나 오래 금리를 올리느냐가 증시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긴축 여파로 미국 경제가 실제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증시 하락의 폭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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