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년 역사 스카치 위스키 '부나하벤' 미디어 마스터 클래스 개최
업계 최연소 여성 마스터 블렌더 방한…소비자 대상 클래스 열어
'전 세계 7500병' 안 쿠안 가르브 No.1 공개…10월 국내 한정 출시
21년 캐스크 스트랭스 1시간 만에 완판…씨푸드 페어링도 선보여
▲줄리앤 페르난데스 부나하벤 마스터 블렌더가 7일 서울 성수동 캄파리 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마스터 클래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송민규 기자
“한국에 와서 보니 다들 자기가 마시는 술을 정말 잘 압니다. 품질을 따지고, 고를 때도 더 영리해졌습니다."
스카치 위스키 업계 최연소 여성 마스터 블렌더인 줄리앤 페르난데스가 7일 서울 성수동 캄파리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마스터 클래스에서 한국 시장을 이렇게 평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브랜드 '부나하벤(Bunnahabhain)'을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캄파리코리아가 마련한 자리다.
페르난데스는 방한기간 국내 미디어와 위스키 업계 관계자를 만나 부나하벤의 헤리티지와 제조 철학을 소개하고, 8일에는 서울 한남동 스페니시 레스토랑 가토스에서 소비자 대상 마스터 클래스를 연다. 가토스는 이 클래스를 시작으로 9월 한 달간 부나하벤 페어링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페르난데스는 29세에 마스터 블렌더에 올라 현재 부나하벤을 비롯해 딘스톤, 토버모리, 레칙 등 스카치 위스키의 캐스크 선정부터 숙성 관리, 최종 블렌딩을 총괄한다. 애버테이대학교에서 법의학을 전공했고, 지난 2022년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에 이어 지난해 스카치 업계 명예의 전당 격인 '키퍼 오브 더 퀘익'에 선정됐다.
페르난데스는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근거로 고도수 위스키 수요를 들었다. 그는 “캐스크 스트랭스와 고도수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지고 있다"며 “코어 라인업이 46.3도인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21년 캐스크 스트랭스 같은 한정판을 들여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캄파리코리아가 올해 국내에 처음 출시한 한정판 '부나하벤 21년 캐스크 스트랭스'는 판매 시작 약 1시간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캄파리코리아는 이러한 호응을 바탕으로 캐스크 스트랭스와 고숙성 위스키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계속 소개하고, 마스터 클래스와 미식 페어링 같은 소비자 대상 브랜드 활동도 확대할 계획이다.
◇ 부나하벤, '안 쿠안 가르브 No.1' 한정판 10월 국내 출시
이날 시음에서 마지막 잔으로 오른 제품은 오는 10월 국내 출시를 앞둔 한정판 '안 쿠안 가르브 No.1(An Cuan Garbh No.1)'이다. 부나하벤이 아일라로 향하는 뱃길을 주제로 3년에 걸쳐 내는 '웨스턴 홈 컬렉션'의 두 번째 챕터 첫 제품으로, 지난해 첫 챕터 '투라스 마'에 이어 나왔다. 안 쿠안 가르브는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거친 바다'라는 뜻이다.
15년 숙성 원액을 포르투갈 도루 밸리의 화이트 포트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한 제품으로 도수는 51.6도, 전 세계 7571병 한정이다. 페르난데스는 “화이트 포트는 단맛은 주면서 올로로소 셰리보다 가볍다"며 “그래서 꿀과 복숭아 같은 더 가벼운 노트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직접 마셔본 51.6도 잔은 코에서 아세톤 계열의 알코올 향이 먼저 올라왔다. 부나하벤이 공식 테이스팅 노트로 제시한 과수원 과일과 설탕에 절인 시트러스, 따뜻한 꿀은 그 뒤에 묻혔고 꽃향은 약하게 잡혔다.
입에서는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 캔디드 레몬, 아몬드가 차례로 나왔고 몰트와 생강은 구분하기 어려웠다. 삼킨 뒤에는 설탕에 졸인 과일의 단 여운이 남았다.
고도수 한정판을 음식과 함께 마시는 법을 묻는 질문에 페르난데스는 “캐스크 스트랭스를 마시는 데 맞고 틀린 방법은 없다"며 “먼저 그대로 마셔보고, 원하면 물 몇 방울을 넣어 열어보라. 위스키가 당신 입안에서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은지 말해준다"고 답했다.
▲이날 시음한 제품. 왼쪽부터 부나하벤 스튜라더, 12년, 18년, 안 쿠안 가르브 No.1. 사진=송민규 기자
◇ 부나하벤, 생산량 80%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숙성…46.3도 비냉각여과
부나하벤은 1881년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 북동쪽 해안, 섬에서 가장 북쪽에 세워진 증류소다. 증류소 옆을 흐르는 마가데일 강의 샘물을 쓰고, 도로가 놓이기 전인 1960년대까지 원료와 오크통을 배로 실어 날랐다. 아드벡, 라프로익 같은 강한 피트 위스키로 알려진 아일라에서 부나하벤은 피트를 쓰지 않는 논피트 스타일을 대표한다.
페르난데스에 따르면 부나하벤은 생산량의 약 80%를 처음 쓰는 퍼스트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 채워 숙성한다. 그는 셰리 캐스크를 주력으로 쓰는 이유에 대해 “아시아 시장은 더 단 프로필을 좋아하고, 그 단맛을 주는 게 올로로소"라며 “버번 캐스크는 더 가벼운 위스키를 만들 때 좋지만 부나하벤은 더 묵직하고 단 쪽을 지향해 셰리 캐스크가 잘 맞는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냉각여과를 중단하고 코어 제품 전체를 46.3도, 내추럴 컬러로 병입하기 시작했다. 냉각여과는 위스키를 차갑게 식힌 뒤 필터로 거르는 공정으로, 페르난데스는 “이 과정에서 풍미 성분과 입안을 채우는 질감이 상당 부분 빠져나간다"며 “도수가 대략 46도 아래로 내려가면 물이나 얼음을 넣었을 때 잔이 뿌옇게 보일 수 있고, 46.3도가 부나하벤의 캐릭터와 캐스크의 영향이 맞물리는 스위트 스팟"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음은 엔트리 제품 '스튜라더'와 12년, 18년으로 이어졌다. 스튜라더는 게일어로 '키잡이'라는 뜻의 숙성연수 미표기 제품으로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비중이 높고, 12년은 퍼스트필과 세컨드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원액에 균형을 잡기 위한 소량의 버번 캐스크 원액을 더했다. 18년은 퍼스트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만 숙성했다.
스튜라더에서는 말린 과일과 바다 내음, 바닐라, 견과류 향이 잡혔고 캐러멜 향은 가장 늦게 올라왔다. 입에서는 말린 과일과 바다 소금, 부드러운 스파이스가 났다. 다만 공식 노트의 크리미한 질감과 길게 이어진다는 여운은 직접 시음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12년은 신선한 과일과 꽃향, 말린 과일 향이 앞섰고 은은한 스모크는 잡히지 않았다. 입에서는 가벼운 과일 풍미와 달콤한 견과류, 바닐라가 나왔고 캐러멜은 약했다. 18년은 말린 과일과 꿀에 절인 견과류, 토피 향 뒤로 코로 맡을 때 없던 은은한 스파이스가 마시는 과정에서 올라왔고, 깊은 오크는 구분하지 못했다.
12년이 18년보다 짜게 느껴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페르난데스는 “12년은 18년만큼 셰리 비중이 높지 않아 더 부드럽고, 그래서 바다 소금기가 드러난다"며 “18년은 올로로소 100%라 스파이스가 짠 해풍의 느낌을 가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아일라의 다른 증류소도 해풍 영향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부나하벤은 섬 최북단에 있어 물과 가장 가깝고 부지가 넓다"며 “다른 증류소 창고는 더 내륙에 있어 부나하벤이 받는 짠 영향이 확실히 더 크다"고 답했다.
◇ 박대혁 셰프, 잿방어 세비체부터 크레마 카탈라나까지 4접시 매칭
이날 페어링은 가토스의 박대혁 총괄 셰프가 부나하벤 4종에 맞춰 짰다. 잿방어 세비체에는 스튜라더, 숯불에 구운 관자와 새우로 속을 채운 호박꽃에는 12년, 문어와 홍합에 하몽과 판체타를 섞어 채운 미니 파프리카에는 18년, 지리산 안샘 캐비어를 올린 크레마 카탈라나에는 안 쿠안 가르브 No.1을 붙였다. 12년을 넣어 만든 토마토 소스와 위스키를 삼투압시킨 샤인머스캣처럼 위스키를 요리 안에 넣은 접시도 있었고, 디저트 위 초콜릿은 증류소 선착장의 붉은 볼라드(계선주)를 본떴다.
박 셰프는 “부나하벤의 셰리, 건과일, 견과류 풍미는 지방과 염도를 곁들였을 때 더 극대화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씨푸드 페어링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부나하벤은 최고급 셰리 캐스크를 쓰고 냉각여과를 하지 않은 매우 자연스러운 위스키"라며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고 여러 음식과 짝이 맞아 한국 시장과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씨푸드와 짝을 지은 건 짭짤하면서 단 캐릭터가 잘 맞기 때문이고, 코리안 바비큐와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초보자가 바다 내음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질문에는 물 몇 방울로 향을 열어보고 씨푸드나 씨솔트 초콜릿처럼 해안 캐릭터를 부각하는 음식과 함께 마셔보라고 권했다.
캄파리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부나하벤의 셰리 캐스크 중심 위스키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줄리앤 페르난데스의 방한을 계기로 부나하벤의 철학과 다양한 음용 경험을 보다 많은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과 브랜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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