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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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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 농업용수 끌어오기 전에 물 재이용률 높여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31 18:04

정부,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위해 나주댐·화천댐 등 농업용수 전환 계획
“삼성·SK 재이용률,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면 하루 최대 25만 톤 아껴”
공공 수자원 쥐어짜기 전 대기업의 3차 고도 수처리 시설 직접 투자 선행 지적
정부 “기업 자체 재이용 유도 및 스마트 관수로화로 농가 피해 없도록 지원”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물포럼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36차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물포럼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36차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3대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클러스터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농업용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농민들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농업용수를 끌어오기 전에 인프라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와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물포럼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36차 토론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도체 산업용수 확보 방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루 65만 톤, 용인 클러스터에 하루 150만 톤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농업·발전용수 다목적 전환' 계획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총저수량 1억톤 규모의 호남 최대 농업용 저수지인 '나주댐(나주호)' 물을 반도체 산단에 산업용수로 돌리고, 기존 나주와 영암 일대 8000헥타르(ha) 농경지에는 영산강 하천수를 정수해 대체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농업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맹승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은 “농민들이 그동안 나주댐에서 나오는 깨끗한 2급수의 물을 쓰다가 영산강의 4~5급수 물을 정수해 쓰게 되면 수질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거부감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정수 처리 시설 설치와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을 과연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유철상 한국수자원학회 회장 역시 “나주댐은 저수량에 비해 유역 면적이 좁아 물을 대규모로 빼 쓰면 한 번 비워진 댐을 다시 채우는 데 2년 가까이 걸린다"며 “가뭄이 오면 농업용수 공급 기능 자체가 마비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상우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정책지원단장은 “과거 수리시설은 농민들의 자부담으로 만든 생존권적 자원"이라며 “작년 강릉 오봉저수지 가뭄 때도 농업용수를 산단에 우선 공급하면서 163ha의 농작물이 말라 죽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없었다. 대만처럼 가뭄 시 휴경 보상금을 법제화하는 등의 선제적 대책 없이는 농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물포럼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36차 토론회'에서 정혜련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이 '농업용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물포럼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제36차 토론회'에서 정혜련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이 '농업용수 현황 및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정부가 농업용수를 전용하기에 앞서,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폐수 재이용률을 끌어올리고 인프라 투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준 건국대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내 용수 재이용률은 40%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대만 TSMC나 글로벌 선진국 수준인 60~70%까지 끌어올리면 팹 4기 기준 하루 10만 톤, 용인 반도체 전체로는 25만 톤 이상의 신규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댐과 농업용수를 끌어다 주는 것에만 기대지 말고, 기업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3차 수처리 시설을 고도화해 자체 확보하는 노력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며 “향후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세수를 노후 농업 수로의 '스마트 관수로화' 등 농촌 인프라 현대화와 피해 보상 기금에 직접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두일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 역시 “우리나라 농업용수는 증발과 누수가 심한 흙수로·개수로 방식이 99%에 달해 실제 이용률이 48%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투자가 농업용수를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는 구조가 아니라, 반도체 투자 자금을 농업 인프라 현대화에 투입해 절감된 물을 서로 공유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 측은 농민 피해 방지와 보상 대책을 약속했다. 정혜련 농림부 식량정책관은 “농업용수는 농민의 생존권이자 국가 식량 안보의 핵심"이라며 “물 손실을 30~40% 줄일 수 있는 스마트 관수로화 사업과 영산강 대체 용수 수질 정화 시설을 차질 없이 구축해, 사업 후 농민들이 '예전보다 물 공급이 더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호은 기후부 물이용정책관도 “기업들 역시 폐수 재활용과 하수 재이용수 활용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기업의 자체 재이용률 제고를 적극 유도하는 한편, 농업계와 지역 주민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관로 현대화 예산 지원과 법·제도적 보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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