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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재계 ③] 라디오부터 자동차·철강까지…한국 산업의 ‘국산화 81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16 06:00

1959년 첫 국산 라디오→1973년 첫 쇳물→1975년 첫 고유모델 자동차
수입하던 제품 직접 만들며 산업화…반도체·조선까지 글로벌 산업으로
2026년 숙제는 AI·첨단소재·반도체 장비…‘기술독립’은 현재진행형

1959년 11월 국내 최초의 국산 라디오가 세상에 나왔다.


금성사, 현재 LG전자가 만든 진공관식 라디오 'A-501'이었다. 지금은 평범한 전자제품처럼 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사용하는 라디오 대부분을 외국 제품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A-501은 현재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제품의 제작 시기를 1959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광복 이후 한국 산업의 역사는 어쩌면 이런 '처음'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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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국내 최초로 출시된 라디오 금성사 A-501. 사진=LG


◇ 1959년 라디오, 1973년 쇳물, 1975년 자동차


금성사는 라디오에서 멈추지 않았다.


1960년 국내 최초 국산 선풍기를 생산했고 1966년에는 국내 최초 흑백TV를 개발·생산했다.


전자제품을 수입해서 쓰던 나라가 직접 만들어 쓰는 나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철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968년 포항종합제철이 출범했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한 상황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선 지 5년 만인 1973년 6월9일 포항 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졌다.




포스코는 당시의 창업정신을 '제철보국'으로 설명한다. 철강을 직접 생산해 자동차·조선·건설 등 다른 산업이 성장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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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6월9일 국내 최초로 철강 생산에 성공한 포스코 박태준 창업주(가운데)와 직원들. 사진=포스코

2년 뒤에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적인 제품이 등장했다.


1975년 12월 생산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포니'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라고 소개하는 차량이다.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맡기고 일부 핵심 부품과 기술은 해외에서 들여왔지만 국산화율을 크게 높였다. 처음부터 모든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한 자동차라기보다 해외 기술을 흡수하면서 독자적인 자동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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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최초 모델 포니. 사진=현대차

◇ '못 만들던 나라'에서 세계시장 경쟁자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국산화의 의미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오지 않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이후에는 부품과 소재, 생산설비를 자체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HD현대중공업은 1972년 조선사업을 시작했다. 조선소가 완공되기도 전에 초대형 유조선을 수주해 건조하는 이른바 '현대중공업 신화'를 만들었고, 설립 10년 만에 세계 1위 조선소로 올라섰다. 현재도 HD현대중공업은 조선·대형엔진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화의 역사도 국산화와 맞닿아 있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출발해 산업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화약 국산화에 나섰고 1957년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를 국산화했다. 1959년에는 공업용 화약 자체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렇게 쌓인 제조업 기반 위에서 한국은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으로 산업 영역을 확대했다.


◇ 81년 뒤 '기술독립'의 대상이 바뀌었다


2026년 한국 기업들이 고민하는 국산화는 1950~1970년대와 성격이 다르다.


라디오나 자동차 같은 완제품을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느냐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 경쟁은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장비·소재, 차세대 배터리,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하나만 해도 완제품 생산능력만으로 기술자립을 말하기 어렵다.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제조장비와 소재, 첨단 패키징까지 세계 각국의 기업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기술독립'은 모든 것을 국내에서 만드는 과거식 국산화와도 거리가 있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다른 국가와 기업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1959년 국산 라디오 한 대에서 시작한 도전은 1970년대 쇳물과 자동차, 조선소를 거쳐 반도체와 배터리로 이어졌다.


광복 81년을 맞은 한국 산업의 질문도 달라졌다.


과거의 질문이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세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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