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활동을 통해 거둔 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상장사의 27.6%가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쪽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일부 대기업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어 기업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주요국 상장사의 한계기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2017년 이후 상승 속도가 주요 5개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한계기업은 '영업활동 및 영업외손익을 포함한 이익'(EBIT)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연속 지속된 곳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EBIT/이자비용)이 3년 연속 1 미만인 경우다.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2017년 11.8%에서 2025년 27.6%로 15.8%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1.2%에서 30.7%로, 프랑스는 20.9%에서 26.4%로 올랐다. 영국은 19.6%에서 22.4%, 독일은 10.6%에서 12.9%, 일본은 1.7%에서 3.6%로 해당 수치가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60.0%)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36.8%), '도매 및 소매업'(36.4%), '정보통신업'(32.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43.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44.0%)보다는 낮으나 프랑스(40.1%), 영국(36.7%), 독일(27.0%), 일본(9.8%)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일시적 한계기업은 당해 연도 이자보상배율(EBIT/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주요국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 출처=한국경제인협회.
시장에서는 한계기업을 정리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계기업을 제때 퇴출해야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높아진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한계기업 비중이 1%p 높아질수록 같은 산업 내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은 약 0.14∼0.18%p 낮아지고, 이런 효과가 2∼3년 지속된다는 게 해당 보고서의 요지다. 한은은 한계기업을 25% 퇴출할 경우 경제 부가가치가 0.35% 상승한다는 전망치도 내놨다.
문제는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기업을 무조건 청산시키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기업 가치를 당장의 영업지표로만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업 특성상 사이클을 타는 업종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소위 '대박'을 터트릴 여지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자리까지 넘보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 역시 한때는 한계기업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교역 환경 악화, 환율·원자재·인건비 등 비용 상승, 내수 부진 등 요인들이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업종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기업 활력 제고와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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