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효 기후에너지부장.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합의는 작은 변수에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결국엔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이란은 물리적으로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해 나갈 여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상대적 약소국이 초강대국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 버틸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바로 에너지 공급망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과거의 에너지가 단순한 산업의 동력이었다면, 지금의 에너지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안보 자산이다. 글로벌 필수재인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초강대국은 그 공급망과 직접적 연관이 없더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전쟁의 승패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중동 전쟁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이는 앞으로도 에너지 공급망이 주 타깃이 될 수 있고, 우리는 이를 강건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동 전쟁이 주는 강건한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건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공급망 다변화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고립국이다. 특히 석유 수입의 70%를 중동의 의존하면서 타격이 컸던 반면, 가스(LNG) 수입의 중동 의존도는 10%도 안돼 타격이 크지 않았다.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된 에너지 도입선을 과감하게 넓혀야 한다. 자원 부국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비상시를 대비한 자원 비축 역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는 첫걸음이다.
에너지원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에너지 믹스'의 최적화도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당위 과제다. 그러나 현실을 도외시한 급진적인 전환은 전력 수급 불안정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G2인 미국과 중국이 석탄발전을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탄은 최악의 반기후 에너지원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확보하기 쉬운 에너지원이다. 종국적으로 탈석탄은 필요하지만 적절한 속도조절도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에너지 안보는 우리 영토 안에서 에너지를 자급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중동 안에서도 강력한 경제력과 외교 노선을 가질 수 있는 배경도 '타마르' 가스전 같은 초대형 유가스전을 통해 에너지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을 별로 탐탁지 않아 하지만, 장기적 국가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추가 시추가 필요하다.
'제5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에너지 효율도 절대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접목한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차세대 배터리와 가상발전소(VPP) 등 에너지 신산업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에너지 기술을 주도하는 나라'로 체질을 바꾸는 것만이 궁극적인 안보를 보장한다.
에너지 안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정권의 변화나 시장의 단기적 등락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국가적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에너지가 곧 국력인 시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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