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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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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담을 봉투가 없다”…중동발 원자재 불안에 대구 대학병원 앞 대형약국 ‘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5.06 08:25

국제유가 급등에 조제용 비닐 공급 차질


대학병원 앞 대형약국들 “납품 늦고 가격까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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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조 비닐이 제때 수급이 안돼 간단한 약은 병채로 처방을 해주고 있는 모습 사진 =손중모기자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약보다 비닐 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지난 4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인근 한 대형약국. 조제 창구 뒤편에는 평소 수북하게 쌓여 있어야 할 약 포장용 비닐봉투 박스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약사들은 남은 비닐 수량을 확인하며 하루 사용량 계산에 분주했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등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와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급등하자, 약국에서 사용하는 조제용 비닐류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학병원 주변 대형약국들은 “비닐 공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현장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약국들이 사용하는 조제용 비닐은 대부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계열 제품이다.


원유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국제 유가 변동 영향을 직접 받는다.


최근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원료 가격 부담이 커졌고, 그 여파가 약국 현장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경북대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예전에는 주문하면 하루 이틀 안에 들어오던 제품이 지금은 일주일 가까이 걸린다"며 “거래처에서도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가격 부담도 커졌다. 일부 조제용 비닐 제품은 한 달 새 단가가 20~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수백~수천 건의 처방을 처리하는 대학병원 앞 약국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주변 약국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약국 관계자들은 “납품 수량 자체를 제한하는 업체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약국 직원은 “환자들에게 큰 비닐 대신 작은 봉투 사용을 부탁하거나 여러 약봉투를 한 번에 담아달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고령 환자들은 왜 예전처럼 넉넉하게 안 주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비닐 아끼기'가 새로운 업무가 됐다.


일부 약국은 비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종이 포장이나 재사용 가능한 가방 사용을 안내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약국들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역 약업계 관계자는 “약 조제 자체가 멈출 상황은 아니지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면 약국 운영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의료 현장의 취약한 공급 구조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감염병 사태 때 마스크와 의료용 장갑 수급 문제가 불거졌듯, 원자재 공급망 충격이 의료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닐봉투는 사소해 보이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필수 소모품"이라며 “국제 정세 변화가 지역 의료서비스까지 흔드는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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