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정희순

hsjung@ekn.kr

정희순기자 기사모음




“산업과 괴리, 중복규제” 반발에 美까지 태클 ‘6년째 공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4.22 18:00

■ [인터넷산업 법안 뜯어보기] ② 온라인플랫폼법
인터넷기업협회 ‘22대 국회 발의법안 평가 규제백서’ 공개
속도내던 온플법, 미국 통상 압박에 ‘소강 상태’
“플랫폼 산업의 작동 방식과 괴리돼 있다” 비판 제기
규제 논의로 ‘하세월’…업계 “이미 규제 압박 느낀다”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제 22대 국회에 발의된 총 273개 법안에 대해 전문가 10인과 함께 입법 평가를 진행한 '인터넷산업 규제백서'를 발간했다. 입법의 질적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법률이 산업 생태계와 기술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백서에 나온 평가를 요약하면, 플랫폼·데이터·인공지능(AI) 환경의 복합적인 산업 구조와 기술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입법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 대상의 정의가 불명확하거나 적용 범위가 과도하게 설정되고, 기존 법체계와의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해당 법안들이 '중첩 규제'와 '규제 불확실성'을 확대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본지는 △전자상거래법 △온라인플랫폼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인터넷산업에 대한 대표 규제법안 4개에 대한 입법 타당성 평가 결과와 인터넷산업계의 의견을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온라인플랫폼법 평가 결과

온라인플랫폼법 평가 결과

▲자료=2025 인터넷산업규제백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20년 무렵부터였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거래조건·노출·수수료 등을 사실상 통제하면서 소상공 입점업체에 불공정 및 정보 비대칭 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책 의제로 커졌고, 이에 따라 특별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자율 규제'로 논의의 방향이 옮겨갔으나, 2024년 위메프·티몬의 납품대금 미정산 사태, 2025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제정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 플랫폼 규제 논의 6년째…“美기업에 불리" 통상 압박에 '입법 동력' 약화




2024년 4월 제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온플법 관련 여러 개정안이 발의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이정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플법을 단일안으로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거래액,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 및 금지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거대 플랫폼의 시장 독점력을 사전 억제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당초 여당은 온플법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이 아마존·넷플릭스 등 자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이해관계를 두둔하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지연돼 오다 현재는 입법 동력이 꺾인 상황이다.


특히, 온플법이 현실화할 경우 대미수출 주력품목인 우리나라 반도체나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미국 정부 및 산업계의 보복성 무역제재가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법안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6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한국 정부와 국회는 글로벌 및 국내 매출 기준을 충족하는 특정 디지털 서비스 제공업체를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며 “이러한 방안들은 한국 시장에서 영업하는 많은 미국 기업들에 적용될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번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인터넷산업 규제백서'에서 평가 대상이 된 273건의 법안 중 제정안은 48건이며, 이 가운데 18건이 온플법에 해당한다. 온플법으로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온플법은 이번 규제 백서에서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다음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 평가위원들 “온플법, 플랫폼 메커니즘과 괴리"


특히, 평가위원들은 온플법이 '플랫폼산업의 작동 방식과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세부적으로는 △산업 현실 부합성 △기술 진화 수용성 △시장 균형성 등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 평가위원은 “일부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핵심 영업 노하우나 내부 운영 기준, 알고리즘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실제 경쟁 메커니즘과 산업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규제 설계"라고 비판했다.


또 중복 규제의 문제도 지적했다. 온라인 거래와 관련된 기존 법률(전자상거래법)이 이미 정보 제공, 계약 질서, 소비자 보호 등을 폭넓게 규율하고 있는데도 온플법이 유사한 규율 영역을 별도로 규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현장에서는 '도입된 것도, 폐기된 것도 아닌' 상태로 수년째 공회전 중인 온플법 논의가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화된 논의 자체가 '규제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기업의 의사결정을 선제적으로 보수화한다는 설명이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혁신의 속도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대응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과 법무 리소스가 우선 배정되면서, 신규 서비스 개발이나 기술 혁신은 후순위가 된 분위기"라며 “단순한 제도 도입 여부를 넘어, 산업 전체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5년 플랫폼 규제법상 일부 조항은 충분한 고민 없이 규제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현행법이 새로운 규제법안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온플법은 디지털경제의 발전과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자유·공정경쟁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