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및 재선거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들의 항의 집회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규탄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 역시 진상 규명과 책임론을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을 벌이며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선관위는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로 연장했지만 선거 공정성과 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민들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재선거 요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규모 인파가 집결해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3만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밤사이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이날 역시 비슷한 수준의 참가자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보수 성향 유튜버부터 정치 집회에 처음 참여한 일반 시민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는 20~30대 청년층으로 추정된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가 지난 4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인사들도 시위에 합류했다.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는 전날 현장을 찾아 “이번 선거는 명백한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등도 현장을 지키고 있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이날 새벽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이날로 사흘째를 맞았다. 경찰 기동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개표소 주변을 통제하고 있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투표함 반출 등을 막겠다며 경기장 주요 출입구를 봉쇄한 상태다.
개표소 내부에 머물렀던 선관위 직원들은 대부분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관위는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회 성명문. 사진=SNS 갈무리
대학가에서도 선관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외대·경희대·서울시립대·경기대를 시작으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동국대·명지대 등 서울지역 12개 대학 총학생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거 관리 실패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된 규탄 움직임은 전국 대학가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학가의 요구는 대체로 재선거 요구보다는 정보 공개와 진상 규명,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해당 사안을 특정 정파나 정치 진영의 논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치권에서는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선거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재선거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며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관위가 자백한 것만 50개 투표소에 달한다. 전국적이고 총체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림픽공원은 이미 민주주의의 성지가 됐다"며 “구호는 오직 하나, 재선거"라고 강조했다. 또 “편을 갈라 이득을 얻으려는 정치꾼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나 역시 이곳에서는 한 명의 시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17개 시·도당 청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선관위는 국민들의 표를 길바닥에 버렸다"며 “선거 관리 단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헌법기관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표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선거 주장과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헌법기관의 과오를 빌미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균열을 조장한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도 선관위 책임론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지난 5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께 끼친 우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소명과 엄정한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며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수뇌부가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민사회와 대학가, 정치권의 진상 규명 요구가 이어지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재선거 여부와 선거 관리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하면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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