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제미나이
국내에서 외국인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 달만 낸 뒤 과거 가입 공백을 추후납부(추납)로 채워 10년의 최소 가입 기간을 확보해 논란이다. 한 달간 가입한 중국인이 119개월분을 추납해 가입 기간 120개월을 채운 사례가 드러났다. 다른 중국인은 재입국과 임의계속가입, 반환일시금 반납, 추납을 거쳐 121개월의 가입 기간을 확보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영주권자인 한 중국인은 국내에서 9개월간 가입한 뒤 128개월분을 추납해 조기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했고, 중국으로 돌아간 뒤 매달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추납 대상 기간에 외국인 등록이 돼 있었다면 최대 119개월까지 보험료를 나중에 낼 수 있어, 실제 가입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도 최소 가입기간인 120개월을 채울 수 있는 구조다.
외국인의 추납 활용은 빠르게 늘었다. 신청 건수는 2023년 530건에서 2024년 848건, 2025년 1517건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994건이 접수됐다. 상반기 신청자의 79.7%(792건)는 중국동포, 6.4%(64건)는 중국 국적자였다. 추납 금액은 2015년 2억3300만원에서 2024년 54억6100만원으로 26.9배 늘었으며, 2020~2022년 신청자의 67.6%가 중국인이었다.
짧은 가입 기간으로 실제 연금을 받는 외국인도 늘었다. 가입 기간 12개월 미만 외국인 노령연금 수급자는 2021년 15명에서 올해 상반기 60명으로 증가했고, 평균 납부보험료 1463만5000원에 월평균 연금액은 27만1000원이었다. 반환일시금을 받은 뒤 재입국해 보험료를 추납, 수급권을 확보한 외국인도 2021년 104명에서 올해 상반기 520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를 놓고 국민연금공단의 관리 책임이 도마에 오른다. 추납은 법령상 허용된 제도이지만, 신청과 수급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공단이 지속적으로 점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가입 기간이 매우 짧은 외국인이 추납으로 장기 가입기간을 확보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면, 단순히 신청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악용 가능성을 분석해 정부와 국회에 개선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 내부에서는 해외 거주 외국인 수급자의 가족관계와 실제 부양 여부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행정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실질적인 부양관계를 입증할 서류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민원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요청이 거절되면 커뮤니티에 특정 지사를 공유하겠다는 협박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지급 요건 확인이 일선 지사의 민원 대응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 반복 유형을 제도적으로 분석하고 본부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의 추납 신청 급증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문제 제기됐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2015년 43건이던 신청이 2024년 848건으로 약 20배 늘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외국인의 추납 자격을 제한하는 법 개정에는 걸림돌이 있었다. 한지아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에 “외국인만 핀셋 제한하기보다는 내·외국인 전체를 포괄해 점검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만 요건을 강화하면 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챗gpt
제도 개선이 지지부진하자 문제는 본인 연금에서 해외 가족의 부양가족연금으로까지 확대됐다. 추납으로 수급 자격을 얻은 외국인이 해외 거주 배우자·자녀·부모를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추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확인됐다. 공단은 외국인 수급자도 요건을 충족하면 부양가족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가족이 실제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2026년 1월 기준 부양가족연금은 배우자에게 연 30만6630원, 19세 미만 자녀나 63세 이상 부모에게 1인당 연 20만4360원이 지급되며, 배우자·자녀·부모 3명을 등록하면 노령연금에 더해 연 71만5350원을 받을 수 있다. 대상 인원에 별도 제한은 없어, 해외 가족과의 실제 부양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의 국민연금 가입과 수급에는 상호주의와 사회보장협정도 얽혀 있다. 중국은 2013년 발효된 한·중 사회보장협정에 따라 국민연금 적용과 보험료 이중 부담 등에 별도 기준이 적용된다. 외국인만 추납 요건을 강화하면 차별 논란은 물론 상대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사회보장 권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정부가 자격 요건 강화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제도 설계의 빈틈이 발견되면 신속히 메워야 한다"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내 실거주 기간 등을 포함한 자격 요건 강화를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의 추납제도 활용 현황과 해외 사례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필요시 관련 법령 정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실거주 기간이나 보험료 납부 기간을 따지는 방안과 해외 발급 서류 검증 강화가 검토 대상으로, 최소 국내 가입 기간 설정이나 실제 국내 체류 요건 명시 방향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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