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청사의 모습. 기후에너지환경부
통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단위 등 비교 기준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기준이 다르면 결과를 단순 비교할 수 없고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최근 보도자료를 보면 이러한 기본 원칙이 흔들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로 나뉘어 있을 때는 이렇게 하는 걸 못 봤는데 최근 들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해상풍력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제시 보급 목표와 여건상 보급 가능한 목표. (단위: GW) 참고= 기후부, 해상풍력 인프라 확충 및 보급 계획
지난 11일 발표한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보면 지난달까지 국내에 설치된 해상풍력은 0.35GW이며, 기후부가 밝힌 여건상 2030년까지 보급 가능한 물량은 3GW이다. 하지만 기후부는 2030년 목표 물량을 10.5GW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보급 물량에 착공 물량을 합쳐서 설명했다. 그러더니 2035년 목표 물량은 보급 목표만을 기준으로 25GW라는 수치를 내놓았다.
통상적으로 재생에너지업계에서 '보급'은 준공이 완료돼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착공 중인 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급 물량과 착공 물량은 엄연히 달리 표시돼야 한다. 기후부의 기준 혼용으로 실제 많은 언론들이 2030년 보급 물량을 10.5GW로 보도했으며 이를 접한 독자들은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부는 상세 자료에서 항만, 선박 등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실제 보급 가능한 물량은 3GW 수준이라고 명시했다. 이 기준에 맞추면 해상풍력의 실제 보급 목표는 2025년 0.35GW, 2030년 3GW, 2035년 25GW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물질·화학적 재활용을 제외한 폐플라스틱 예상 발생량 및 목표 발생량. 참고= 탈플라스틱 종합대 대국민 토론회 발표자료
지난 23일 발표한 폐플라스틱 감축 목표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기후부는 물질·화학적 재활용을 제외한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2023년 기준 770만톤이며 2030년에는 증가세를 감안해 1000만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2030년 예상 발생량을 '30% 감축'시켜 700만톤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증가세가 향후 7년간 그대로 유지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증가하는 가정값을 기준으로 삼아 감축률을 계산하는 방식은 감축 목표를 부풀리기 위해 결론을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복잡하게 설명할 것 없이 2023년 폐플라스틱 발생량 770만톤을 2030년 700만톤으로 약 9%(70만톤) 줄이겠다고 하면 될 것이다.
감축률은 실제 측정 기준연도를 중심으로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후부의 가장 큰 정책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이런 방식으로 계산되고 있다. NDC는 2018년을 기준점으로 잡고 2030년과 2035년 각각 40%, 53~61%를 줄이는 것으로 목표가 세워졌다. 2030년 예상 배출량에서 얼마를 줄이겠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준을 혼용해 다루는 방식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9월 진행된 태양광을 겨냥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조사에서 사용된 적이 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위법·부적정 대출 적발 조사를 진행하면서 총 조사항목 4개 중 3개에 대해선 12개 기초지자체를 표본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1개 항목은 전국 226개 모든 기초지자체를 표본으로 했다.
그러면서 불법·부당 집행 사례로 적발된 금액은 마치 12개 지자체만을 조사해서 2616억원이 파악된 것처럼 발표했다. 이에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적발 실적이 4.6배 부풀려졌다고 반발했다.
물론 기후부의 해상풍력과 폐플라스틱 목표는 특정 대상을 공격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기보다는 정책 목표를 과장해 설명하려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통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논란의 소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통계는 계획을 포장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다. 새해에는 통계 기준을 바꾸며 결론을 만드는 일을 더는 보지 않기를 바란다.


![[기후에너지단상] 기후부 통계 왜곡, 새해에는 그만하길](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4.f17e43e2b37047c2a323d6474d73afe1_T1.png)

![[건설·부동산 결산-상] 부도 공포와 ‘해외 잭팟’ 사이에 선 K-건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3.3e721d3a5e354af8bf9b4db9c0552f15_T1.png)



![[금융 풍향계] 새마을금고중앙회, 국회·행안부와 발전 방안 모색 토론회 外](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4.14f1413b7b854da2a741a1686a7289fd_T1.jpg)

![[EE칼럼] 대통령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 기후부](http://www.ekn.kr/mnt/thum/202512/news-a.v1.20251222.88272328e22b4f0b9029ff470d079b13_T1.jpg)
![[EE칼럼] 에너지 해결과제들의 구조 변화](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40409.2085f7584f5843f6bd4585a665a8aeec_T1.jpg)
![[김병헌의 체인지] 대통령, 반도체 앞에서 원칙을 묻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40625.3530431822ff48bda2856b497695650a_T1.jpg)
![[이슈&인사이트] 정보 보안에 대한 발상 전환](http://www.ekn.kr/mnt/thum/202512/news-a.v1.20240716.800c606b01cc4081991c4bcb4f79f12b_T1.jpg)
![[데스크 칼럼]쿠팡에게는 공정한가](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109.63f000256af340e6bf01364139d9435a_T1.jpg)
![[기자의 눈] “왜 접냐” 비웃음은 틀렸다…삼성 트라이폴드가 증명한 ‘도전의 값어치’](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3.0aef476b35944bbabf0baa2cb944dff2_T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