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효순

anytoc@ekn.kr

박효순기자 기사모음




[전문의 칼럼] 스스로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고혈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6 11:21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약 89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15%도 안 되는 13만명만이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전체 고혈압 인지율이 77%, 치료율이 74%, 조절률이 59%인 점에 비해, 젊은층은 각각 36%, 35%, 33%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낮은 수치는 젊은 세대가 고혈압을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혈압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래서 병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고도 “조금 높을 뿐이겠지" 하고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높은 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혈관과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젊은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평소 아무 증상이 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이나 심부전으로 두통, 어지럼증, 호흡곤란을 겪으며 응급실을 찾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전조 증상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고혈압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고,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시행하므로, 정기검진을 통해 병원에서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족력이 있거나 혈압이 높게 측정된 경험이 있다면, 가정혈압계를 이용해 평소의 혈압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가정혈압은 이보다 조금 낮은 135/85mmHg 이상이 반복될 경우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없이 측정만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한 번의 수치로 판단하지 않는다. 혈압은 시간, 장소, 심리적 긴장 정도에 따라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는 긴장으로 인해 높게 측정될 수 있고, 반대로 집에서는 정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 활용되고 있다. 커프형이나 반지형 혈압계를 하루 동안 착용한 채 일상생활을 하면서 혈압을 측정하면, 시간대별 혈압 변화와 평균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낮과 밤의 혈압 차이, 아침 혈압 상승 여부 등을 분석하고, 진료실 혈압과 실제 생활 혈압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검사는 '가면 고혈압'(진료실에서는 정상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높은 경우)이나 '백의 고혈압'(병원에서만 높게 나오는 경우)'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결정하고, 생활습관 개선 방향을 세울 수 있다. 또한 약을 복용 중이라면 가정혈압을 함께 기록해 진료실 수치와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압이 오르거나 내려가는 패턴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혈압 관리의 기본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염분을 줄이고,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며, 체중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과 과음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혹은 비만·고지혈증·당뇨병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스스로 혈압을 관리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혈압계를 통해 측정값을 자동 저장하고, 앱에서 그래프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나의건강기록' 앱을 이용하면 진료, 투약, 건강검진, 예방접종 이력을 통합 조회할 수 있으며, 복용 중인 약물 이름과 처방 일자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혈압 관리뿐 아니라 운동량, 식사 패턴까지 체계적으로 기록·조절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익숙하므로, 이러한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 혈압 수치를 단순히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생활습관과 연결 지어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지만,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보다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혈압을 재고, 염분 섭취를 줄이며,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노력이 쌓이면 혈관 건강은 확실히 달라진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마트한 자기관리'가 고혈압을 예방하고 평생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글=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