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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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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가 주주로” vs “200억 횡령·배임”…영풍-고려아연 ‘이전투구’ 최고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5 10:15

고려아연, 15일 이사회서 ‘美 정부 투자 유치’ 논의…“한미 자원 동맹 격상”
영풍 “회사 돈으로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영입… 아연 주권 포기하는 배임”
영풍, 최윤범 200억 유용 혐의 제기…“개인 투자 회수에 회삿돈 ‘우회 지원’”
고려아연 “적법한 투자 절차…영풍·MBK가 짜깁기로 여론 호도” 법적 대응

영풍·고려아연 CI

▲영풍·고려아연 CI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국경을 넘나드는 '자원 동맹' 이슈와 오너 리스크를 겨냥한 '형사 고발'전으로 확전되며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미국 정부와 방산 기업을 주주로 끌어들이는 '승부수'를 띄우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이자 배임이라고 규정하는 동시에 최 회장의 과거 투자 건에 대한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美 국방부가 주주로"…고려아연, 10조 원 규모 '한미 자원 동맹' 추진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설립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미국 국방부와 현지 방산 관련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에 10조 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하고, 약 3조 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탈(脫)중국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안보 전략과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고려아연은 단순한 민간 기업을 넘어 한미 안보 동맹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확인된 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영풍 “본사 지분 넘기는 건 '백기사'용 꼼수…국내 산업 공동화 초래"

이에 대해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 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배신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영풍은 “미국 제련소 건설에 투자가 필요하다면 프로젝트 법인인 제련소에 직접 투자를 받는 것이 상식"이라며 “굳이 본사의 신주를 발행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최윤범 회장의 의결권을 지켜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풍은 “고려아연이 10조 원에 달하는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알짜 지분을 헌납하는 것은 이사의 충실 의무에 반하는 배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울산 온산제련소 규모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광물의 '수출 종말'과 핵심 기술 유출을 초래할 것"이라며 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은 이번 안건에 대한 사전 보고나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절차적 훼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확전되는 '사법 리스크'…영풍 “최윤범 회장, 200억 회사 자금 유용 정황 포착"

경영권 방어 논란과 별개로, 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사법 처리를 예고했다.


영풍은 최근 공시자료와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최 회장이 지창배 전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와 공모해 개인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고려아연 자금 200억 원을 유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풍에 따르면, 2019년 최 회장의 개인 투자조합 '여리고1호조합'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청호컴넷'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청호컴넷은 자회사 '세원'을 신설법인 'SWNC'에 200억 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SWNC의 매입 자금 출처가 고려아연의 대여금이었다는 것이 영풍 측의 주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부실 자회사를 고가에 매각해 청호컴넷 주가를 띄운 뒤 최 회장은 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며 “이후 SWNC가 갚아야 할 대여금마저 고려아연이 출자한 사모펀드(아비트리지1호) 자금으로 상환하는 등 '자금 돌려막기' 구조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이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왜곡·짜깁기…적법한 투자" 맞불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왜곡과 짜깁기"라며 정면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모든 투자는 현행 법규와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재무적 투자 목적에 따른 정상적인 자산 운용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영풍이 주장하는 의혹들은 운용사의 결정이거나 제3자 간의 거래로 고려아연이 관여한 바 없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 기업으로서 전략광물 공급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영풍과 MBK는 적대적 M&A를 위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5일 열리는 이사회는 이번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지분 참여라는 초대형 변수와 오너 일가의 형사 고발 건이 맞물리면서 양측의 대립은 주주총회 표 대결을 넘어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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