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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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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탄소예산…1.5℃ ‘오버슈트’ 현실화, 2℃마저 위태롭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1 09:59

지구 기온 상승 1.5℃ 억제 불가능한 상황
각국 목표로는 2℃ 이내 억제도 쉽지 않아
배출가능 탄소는 2020년 기준 4589억톤
오버슈트 기간 최소화하는 노력 계속 돼야

Trump Air Pollution

▲미국- 캔자스주 에밋 근처의 제프리 에너지 센터 ​​석탄 발전소 굴뚝에서 배출가스가 나오고 있다(2021년 9월 18일 촬영). (사진=AP/연합뉴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제한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과학계의 전반적인 분석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였던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제한은 이미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워졌고, 2℃ 온난화 제한을 위한 '잔여 탄소 예산'마저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


잔여 탄소 예산(remaining carbon budget)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나 2℃와 같은 중요한 기후변화 목표값을 초과하기 전까지 배출이 허용되는 총 이산화탄소의 양을 말한다.


현재 각국이 제출한 국가별 기여 약속(NDC), 국가별 감축목표로는 2050년대 이전에 1.5℃를 훨씬 초과하는 경로에 놓여 있다. 심지어 조건이 달린 감축목표까지 모두 이행하더라도 지구 평균 기온은 최대 2.6℃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1.5℃를 초과하는 이른바 '기후 오버슈트(climate overshoot)' 단계가 수십 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도 지난 2023년 6차 평가보고서(AR6)를 통해 오버슈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바닥난 2℃ 잔여 탄소 예산: 남은 시간은 수십 년뿐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묶어두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잔여 탄소 예산은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일본 국립환경연구소(NIES) 지구시스템부 연구팀이 '원 어스(One Eart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2℃ 온난화 제한을 위해 남아있던 탄소 예산의 평균 추정치는 458.9 GtC(4589억 탄소톤)였다. 이는 종전 추정치(352.2 GtC)보다 늘어난 것인데, 전망치의 불확실성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20년 기준이다. 전 세계는 연간 약 11 GtC(110억 탄소톤, CO2 기준으로는 연간 약 400억 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2020년 이후 현재(2026년이 가까운 시점)까지 5년 이상이 경과했는데, 이는 잔여 예산 중 약 55 GtC 이상이 이미 소진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1.5℃는 말할 것도 없고, 2℃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 남아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이러한 상향 조정된 (더 낙관적인) 잔여 예산 추정치로도 현재의 연간 배출량(11 GtC/년)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지구 기온 상승이 2℃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잔여 예산이 커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행동 지연의 완충제 역할을 해서는 안 되고, 고배출을 지속한다면 오버슈트 위험은 그 만큼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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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모델 로 분석한 배출량 전망치별 지구 평균 온도 변화 ΔTE(◦C) 전망. 왼쪽은 시간(년)에 따른 온도변화, 오른쪽은 시간 경과에 따른 누적(1850년부터) 탄소 배출량(GtC)에 따른 온도 변화. 검은색 수평선 점선은 1850년~1899년 수준 대비 2℃ 온난화를 나타낸다. (자료=One Eart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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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유할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석탄발전소인 보웬 발전소에서 증기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피할 수 없는 오버슈트의 막대한 대가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드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가 1.5℃ 이상 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기후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PNAS Nexus)'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전에 평가된 것보다 생태계와 사회 시스템은 1.5℃나 2℃ 온도 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위험 수준도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온난화 목표치를 일시적으로 초과한다면 온도가 다시 목표치 아래로 내려온다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많은 영향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오버슈트가 발생하면 우선 해수면 상승과 같은 물리적 위험은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물리적 위험은 일단 발생하면 나중에 지구 기온이 떨어지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뭄이나 산불이 증가하는 기간(오버슈트 기간)이 수십 년간 지속될 경우, 개인이나 공동체 수준에서 겪게될 사회적, 경제적 손실 역시 비가역적이다.


이와 함께 오버슈트가 장기화되고 변동성이 커질수록, 취약한 공동체들은 더욱 복잡한 기상 및 기후 극한 현상에 노출돼 부적응(maladaptation)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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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상승 경로별 사회 경제적 영향 요약. (자료 = PNAS Nexu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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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아체 타미앙 지역에 돌발 홍수가 발생해 침수된 거리에 진흙투성이 여성이 서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9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인도네시아 재난관리청이 발표했다. 최근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덮친 폭와 홍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AFP/연합)


◇ 지연할 시간이 없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주어진 숙제


잔여 탄소 예산이 급속도로 소진되는 현재 상황은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늦출 여유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오버슈트로 인해 발생할 비가역적 영향을 피하고, 재난 구호 활동 등 인도주의 수요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1.5℃ 아래로 되돌아갈 현실적인 경로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가 NDC를 강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 과학계는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도, 2℃를 초과하는 세계뿐만 아니라 기후 오버슈트의 뚜렷한 단계들에 대한 계획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인 정책 결정이 중장기적인 정책 환경과 취약 계층 지원 등 인도주의적 대응에 영향을 미치므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기후 오버슈트가 사회·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적절한 적응, 위험 감소 및 선제적 조치 전략을 충분히 파악하고 실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파리 협정 목표를 달성하고 기후 초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영향과 복잡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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