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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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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병에 만원…“송년회 가기 무섭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7 16:00

외식 소주 가격, 전년동월比 0.8%↑
둘이서 삼겹살에 소주? “5만원이 기본”
“고정비 부담에 음식 값보단 술값 인상”

소주

▲식당 테이블에 놓인 소주병. 사진=독자제공

지인들과 송년 모임을 위해 서울 압구정의 한 일식당을 찾은 30대 여성 A씨는 메뉴판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참이슬·처음처럼·진로 같은 국산 일반 소주 가격이 병당 1만원이었기 때문. 국산 맥주 카스와 테라 가격도 병당 1만원이었다.


A씨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소폭' 한잔 마시기가 겁나는 가격"이라며 “소주와 맥주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보니 조금 비싸더라도 사케를 마시는 게 낫겠다 싶어 기분만 내고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옆 동네 서울 역삼동의 한 식당에서는 소주 한 병을 1만2000원에 판다. 역삼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40대 남성 B씨는 “애주가들은 부담스러워서 못 가는 식당"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강남보다는 저렴하지만 강북 지역 외식 소주 가격도 만만치 않다.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는 소주 한 병에 8000원을 받고, 그나마 저렴한 노포로 유명했던 을지로의 한 오뎅 전문점에서도 소주 한 병에 6000원을 받는다.


송년회 등 연말 외식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서민의 술'로 불렸던 소주 가격은 점점 오르는 모양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소주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식 맥주 품목의 경우 1.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의 외식비 가격정보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기준 삼겹살 1인분(200g 기준) 가격은 2만673원이다. 성인 2인이 삼겹살 1인분씩에 소주 한잔씩만 마셔도 최소 5만원은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송년 모임 자체를 아예 집에서 갖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30대 여성 C씨는 “요즘 외식 물가가 워낙 비싸서 가까운 친구들끼리는 밖에서 먹느니 그냥 집에서 홈파티를 하자는 경우가 많다"라며 “밖에서 마시면 소주 한 병에 7000~8000원씩 하지만 편의점에서 사면 1900원"이라고 말했다.


외식 소주 가격 상승은 사실 주류업체의 출고가 인상보다는 임대료나 인건비 등 외식업계 요인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소주 출고가는 병당 80~90원 정도 올랐더라도 외식 소주 가격은 1000~2000원씩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류 업체들은 올해 4~5월 맥주 출고가를 2.7~2.9%씩 올렸지만, 소주 출고가는 인상하지 않았다.


다수의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전기·가스요금 등 고정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음식값보다는 술값을 올리는 게 가게 사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다"며 “이달에는 지난달보다는 좀 매출이 나오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 경기가 완전히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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