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이상일 연구위원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세계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정적인 기저전력 공급과 청정 수소 생산의 핵심 수단으로서 원전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것이다. 특히 철강·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최근 데이터센터에 즉각적인 공급을 위해서 미국에서는 팰리세이즈 원전, 스리마일섬 원전, 듀안 아널드 에너지 센터 등 shutdown 된 원전 재가동 검토가 다수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무려 20년전에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민간기업 Bruce Power가 추진한 원전 운영 모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장기간 정지된 원전의 성공적인 재가동 사례는 월성 1호기의 미래를 논의하는 데 중요한 참고점이 된다.
Bruce Power 모델: 공공성과 효율성의 결합
온타리오주는 전력의 약 51%(2022년 기준) 를 원자력에 의존한다. 주정부 소유 기업인 OPG(Ontario Power Generation)와 민간 운영사 Bruce Power가 원전 운영을 분담하는 독특한 구조다.
2000년대 초, 온타리오주는 피커링 원전의 계속운전으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브루스 원전의 계속운전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OPG는 혁신적인 결정을 내렸다. 부지와 원자로, 보안구역 등 원전 시설 전체를 민간에 100년 장기 임대하되, 소유권은 공공이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Bruce Power는 이 계약 하에서 설계, 건설, 금융, 운영의 모든 책임을 맡았다. 이른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모델이다. 성과 기반 조항을 통해 안전, 효율, 환경 기준을 엄격히 관리하면서도, 민간의 효율성과 투자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구조다.
이 모델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원전의 공공적 성격을 유지하고, 동시에 민간의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타리오주의 에너지 전환: 석탄발전의 폐지를 이끈 핵심 동력
Bruce 원전의 재가동이 가져온 파급 효과는 기술적 성취를 넘어 온타리오주 전체의 에너지 정책을 변화시켰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석탄발전소의 폐쇄다.
2000년대 초반 온타리오주는 전력의 약 25%를 석탄화력에 의존했다.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었다. 하지만 원전 재가동으로 안정적인 청정 기저전력이 확보되면서, 온타리오주는 2014년 석탄발전소 완전 폐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는 '40년 석탄발전소 폐쇄를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한 환경 성과가 아니었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변동성이 심한 재생에너지로는 기저부하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석탄 발전소 폐쇄로 인한 전력 공급 공백을 원전이 메우면서, 안정적 에너지 전환을 실현한 것이다.
현재 Bruce 발전소는 온타리오주의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석탄발전소의 완전 폐쇄와 증가하는 전력 수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 장기 정지 원전의 재가동
Bruce Power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장기간 정지된 원전을 성공적으로 재가동한 것이다.
Bruce 1·2호기는 약 10년간 가동이 중단되면서 설비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였다. 밸브 부식, 배관 손상 등 광범위한 문제가 발견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재가동보다 폐쇄를 권고했다.
하지만 Bruce Power는 대규모 개보수를 통해 재가동을 성공시켰다. 손상된 설비를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최신 안전 기준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새 원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는 2차 refurbishment 준비 중이며, 핵심설비인 압력관등의 교체를 통해 CANDU형 원전은 적절한 관리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대 100년까지도 운영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장기 정지 원전도 경제성 있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월성 1호기, 더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
그렇다면 월성 1호기는 어떤가? Bruce 원전과 비교할 때 오히려 더 나은 조건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월성 1호기는 2011년 압력관 교체를 포함한 전면 개보수를 완료했다. Bruce 1호기가 장기 정지로 인한 심각한 부식과 손상을 극복하고 재가동에 성공했다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의 월성 1호기는 더 적은 투자와 짧은 기간에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제도적 차이가 있다. 설비교체 후 30년씩 재가동하는 중수로 원전의 특수성이 제도에는 적절하게 고려되지 않아, 한국은 10년 단위로 운영허가를 갱신해야 해 투자 회수에 불리하다. 원전 재가동의 대규모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최소 25년 이상의 운영 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검토와 함께 제도적인 검토도 같이 필요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캐나다 Bruce Power 사례는 정부가 원전 자산의 소유권을 유지하면서도, 민간의 효율성과 투자 역량을 결합해 장기 운영에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사례는 창의적인 계약 구조를 설계하면, 기존 원전을 탈탄소 시대의 안정적 전력원으로 재활용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월성1호기의 경우, 신규 원전 건설 대비 훨씬 저렴하고 신속하게 무탄소 전원이 필요한 산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해외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는 기존 제도와 관행에만 얽매이지 말고 민간 참여 등 다양한 운영모델,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 안정성 확보 그리고 기존 자산의 최대 활용 등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월성원전 재가동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해외 사례를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제도와 시장 환경에 맞게 창의적으로 변형하고 적용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정치적 논쟁을 넘어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적 합리성에 기반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월성 1호기 재가동은 단순히 원전 하나를 다시 돌리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그리고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검증된 해외 사례가 있고, 우리의 조건은 오히려 더 유리하다. 이제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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