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5년의 인공지능은 단순히 더 똑똑해진 것이 아니다. 이제 AI는 스스로 사고하고, 계획하며, 협력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의 최신 에이전트는 짧은 요청 한 줄만으로도 복잡한 절차를 설계하고 실행한다. 클로드는 여러 도구를 동시에 조작하며 사람 대신 업무를 완수한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여러 AI가 함께 일하는 멀티에이전트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은 이러한 Agentic AI가 기업 효율을 약 30% 높여, 2024년 51억 달러에서 2030년 47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가상 동료(Virtual Colleague)시대의 개막"이라 부른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기술이 아니다. AI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인간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 명령의 언어가 사라지고, 협력의 언어가 등장한다.
Agentic AI는 목표를 인식하고 스스로 실행하는 인공지능이다. 과거의 AI가 질문에 답하는 도구였다면, 지금의 AI는 함께 판단하고 행동하는 동료적 지성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정확한 지시문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이 형식으로 써라", “이 조건을 따라라"는 식의 명령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명령이 아니라 목적을 이해한다. “함께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자." 이 한 문장에 AI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맡고, 인간은 전략을 결정하며, 둘은 체크포인트를 통해 결과를 함께 검토한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
좀 더 구체적 상황을 예로 들여다 보자. 글로벌 자산운용업을 하는 A사는 다음의 방식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위험 대비 수익률을 최적화하자"는 요청에 AI는 수천 개 자산의 상관관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인간 펀드매니저는 AI가 제시한 옵션들을 검토하며 시장 심리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최종 전략을 선택한다. 그리고 다시 AI에게 묻는다. “이 전략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AI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인간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미세 조정한다. 명령과 응답의 구조가 아니라, 대화와 해석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롬프트가 기술을 넘어 사고의 언어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철학자 오스틴은 말했다. “말하는 것이 곧 행동이다." Agentic AI 시대의 프롬프트는 이 문장을 현실로 만든다. “시장 분석을 설계하자." 이 말이 발화되는 순간, AI는 데이터를 모으고, 구조를 설계한다. 언어는 세계를 묘사하는 도구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행위로 바뀌었다. AI의 자율성은 효율과 창의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긴장을 낳는다. 첫째, 자율성과 통제의 긴장— AI는 스스로 판단하지만, 그 과정은 인간에게 투명하지 않다. 둘째, 명확성과 유연성의 긴장— 명령형 프롬프트는 재현 가능하지만 창의성을 잃고, 에이전틱 프롬프트는 창의적이지만 예측하기 어렵다. 셋째, 전문성과 보편성의 균형— 모든 이가 AI와 협력해야 하는 시대에, 그 언어는 소수 전문가의 기술이 아니라 모두의 문해력이 되어야 한다.
Agentic AI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이다. 최신 모델은 이미 자기 검증과 동적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인간의 인식이 여전히 'AI는 명령받는 기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한계보다 사고의 한계가 더 크다. 따라서 협력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명령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안 인간은 그 의미를 해석하고, AI가 실행하는 동안 인간은 방향을 조율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분업이 아니라 공동 해석의 과정,즉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의미를 생성하는 세미오시스(semiosis)다. AI가 실행을 맡는 동안 인간은 목표를 설계하고, 사회적 맥락을 해석하며, 결과의 의미를 판단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 AI의 시대에 인간의 지성은 더 깊이 있는 사유로 진화해야 한다.
AI가 자율적일수록 인간의 언어는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 AI가 논리적으로 완벽해질수록 인간은 더 깊은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Agentic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태도를 묻는다.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시킬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사고할지를 배워야 한다. 협력이란 서로의 강점을 조율하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언어는 단순한 지시가 아닌 약속과 책임의 도구로 작동한다. 이 변화는 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교는 AI와의 협력으로 새로운 문해력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의료기관은 AI와 협진을 통해 진단의 질을 높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정책 수립 과정에 AI를 참여시켜 보다 투명하고 시민 친화적인 행정 구조를 설계한다. AI와 인간의 협력은 기술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신뢰의 실험이 되고 있다. AI의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닮아갈수록, 인간의 언어도 더 깊은 사유의 윤리를 요구받는다. AI는 정답을 제시하지만, 가치의 방향은 여전히 인간이 정한다. AI의 언어가 효율의 언어라면, 인간의 언어는 의미의 언어다. 이 둘이 만나야 기술은 문명이 된다.
Agentic AI의 시대는 기술보다 언어의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AI는 이미 자율적 에이전트로 진화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간의 의식이다. 명령의 언어를 버리고, 협력의 언어를 배우려는 의지 — 그것이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의 출발점이다. AI는 이미 준비되었다. 이제 언어가 인간을 시험한다. 협력의 언어를 익힌 사회만이 AI와 공존하며 진보할 수 있다. 역사는 언제나 새로운 도구에 맞는 언어를 만들어왔다. 활판 인쇄가 문학을, 인터넷이 소통을 바꾸었듯, AI는 이제 사고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프롬프트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세상과 다시 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문명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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