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카드사들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챗GPT]
이번달 하순부터 올 3분기 카드사 실적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업계의 근심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상반기에 이어 부진한 흐름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예상 연결 당기순이익은 1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낮다. 다른 기업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은 매한가지라는 평가다.
2021년말부터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한 가맹점에 적용되는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온 가운데 올 2월14부터 3년간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 수수료도 동결하면서 수익성이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전업카드사 7곳(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의 영업이익률이 2021년말 기준 2.4%에서 2022년 1.9%, 2023년 1.7%, 지난해 1.8%로 낮아진 데 이어 올 상반기는 1.6%였다고 분석했다. 총자산이익률(ROA)도 같은 기간 1.8%에서 1.3%로 떨어졌다.
영업자산이 144조원에서 170조원 규모로 불어나고, 카드수익과 이자수익 및 할부금융수익 등을 더한 수익합계도 지난해 24조6500억원을 돌파하며 외형이 커졌으나 내실은 나빠진 셈이다.
업계는 롯데카드 해킹 사고로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정보보호 관련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는 향후 5년간 11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수립 중이다. 올해(약 125억원) 대비 연평균 투입 자금을 100억원 가까이 늘린다는 목표다.
해커들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를 동원하는 등 사이버 공격의 날카로움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고객정보를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매출원가 또는 판매관리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드론, '1옵션' 등극…부작용 우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의존도가 커진 것도 특징이다. 카드수익에서 카드론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9.3%에서 2022년 27.9%, 2023년 25.8%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26.6%로 반등했고 올 상반기 28.3%로 상승했다.
그간 카드론은 '1.5인자'로 평가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가맹점을 넘었지만, 전체 수치는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2월 카드론 잔액이 43조원에 육박하는 등 경기 부진 속 급전 수요가 커졌다. 올 상반기 카드론수익은 2조6483억원으로, 가맹점수수료수익(2조6105억원)을 상회했다. 카드사 수익성 향상과 이해관계가 부합했던 것도 이같은 현상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카드론이 건전성 관리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특성상 연체와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사 7곳 중 카드론수익이 가맹점수수료수익 보다 높았던 곳은 올 상반기 기준 신한·우리·롯데카드다. 이 중 신한카드의 실질연체채권과 실질연체율은 각각 6983억원·1.7%로, 1위를 다투는 삼성카드(3034억원·1.1%) 보다 높은 연체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3852억원·2.6%)와 롯데카드(5161억원·2.3%)도 하나카드(2854억원·2.2%) 대비 건전성 우려가 크다. 하나카드는 양사와 달리 가맹점수수료수익이 카드론수익을 크게 웃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카드론 공급이 카드사의 경영성과와 조달여건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카드론 중심의 자산 확대 전략이 단기 수익성 개선에는 효과적이지만, 카드론 잔액·수익성이 증가할수록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자금조달비용도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2021년말 4조1084억원이었던 대손충당금이 2023년 5조원을 돌파하고 올 상반기 5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도 카드론의 '부메랑'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금융 확대를 필두로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신사업이 좀처럼 개화하지 못하고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입지가 커지는 가운데 카드론 규제도 걸린 상황"이라며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