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시평]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함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29 10:58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매년 9월 미국 뉴욕에서 UN총회와 함께 열리는 '기후주간(Climate Week NYC)'가 어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로이터는 행사 시작 직전인 20일(현지시각) 역대 최다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진행되는 행사가 지난해 보다 10% 늘어난 10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는 2009년부터 유엔 총회 기간에 맞춰 열리는 세계 최대 민간 주도의 기후행사로, 각 국가의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시민사회가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다양한 글로벌 기후정책 및 시장 변화를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자도 트럼프 1기 시절 KPMG 기후부문 아시아태평양 대표 및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이사 자격으로 여러 차례 발표 및 토론에 참여했었다. 올해는 기후변화 심각성이 가중되면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미국의 반기후 정책 기조가 교차하는 가운데, 기후주간내 UN 기후 정상회의에서 발표되는 NDC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에 시선이 쏠렸다. 이는 각 국이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개최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에서 협상할 내용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5년까지 고점 대비 7∼10% 감축하겠다고 밝힌 것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전세계 온실가스의 30%를 넘게 배출하는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원단위 감축이 아닌 절대량 감축 수치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또한,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 중 화석연료 비중을 30% 이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이를 위해 풍력·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을 2020년 수준의 6배 이상으로 늘리고,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가 신규차의 주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목표가 지구를 살리기에 충분한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등 청정기술 시장확대와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정산업 육성 및 글로벌시장 확대가 아니라면 디플레이션 압력 등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굳이 기후정책 목표를 강화할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가 정한 2035년 NDC 제출 기한인 9월24일을 맞추지 못했는데, 이는 2035년 NDC와 연동되어 있는 2040년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1990년 대비 90% 감축) 대해 회원국들간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EU는 2035년 NDC를 확정하진 못했지만, UN 기후 정상회의를 통해 의향서(Statement of Intent) 수준의 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그 범위는 1990년 대비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6.3~72.5% 감축하는 것이다. 잠정 합의된 수치라도 72.5% 감축은, 러·우 전쟁 및 대미 협상 등 정치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도전적인 수치다. 이는 글로벌 기후리더십과 청정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에너지 가격안정화 및 안보도 달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필자가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린 청정산업 협력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에 기반한다.


이처럼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해 미국은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구조상 감축이 쉽지 않은 중국이나 회원국간 이견이 많은 EU가 강화된 감축 목표를 국제 사회에 발표한 이유는, 이를 산업정책과 연계해 자국내 청정산업 육성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기후리더십을 강화해 글로벌 청정산업을 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세계자원연구소(WRI)는 EU, 중국 등 주요 배출국들의 목표가 글로벌 배출량 격차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제출된 NDC들이 이행돼도 2035년까지 14억톤 추가 감축에 그쳐, 지구 온도를 1.5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최소 260억톤 이상은 더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어쩌면 중국과 EU는 자신들이 리드하는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정책이 잘 연계될 경우, 국제사회가 더 줄여야 할 260억톤은 자신들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가장 많이 이 기술을 사야 하는 국가는 지금 감축을 뒤로 미루는 국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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